"법원 결정, 김정태 회장의 무리한 조기통합 방증" 평가
김한조 행장 운신 폭 줄어들 가능성 등 후폭풍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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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월08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법원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에 제동을 걸었다. 연내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법원은 외환은행 노조가 제출한 '조기통합 중지'에 대한 가처분의 효력을 6월30일까지 못 박았다. 하나금융은 6월 이후 조기통합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정태 회장도 "(조기통합기일이) 하반기로 미뤄져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주장하는 '하반기 조기통합론'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나금융이 가처분에 대한 이의제기를 해도 같은 재판부에서 같은 논리로 심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승산은 낮다는 얘기다. 외은 노조가 가처분 신청을 지속해서 낼 수 있다는 점도 하나금융에 부담이다.
하나금융이 항소, 상고까지 간다면 대법원 판결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가량 소요된다. 양 측의 법정다툼이 이어지게 된다면 사실상 조기통합은 무산된 셈이다.
10월 목표인 IT전산통합도 사실상 기일을 맞추는 게 어렵게 됐다. 외은 노조는 하나·외환은행의 IT전산 통합 중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조만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IT전산통합 역시 전면 중단 가능성이 있다.
외은 노조와 합의가 없다면 조기합병 중단으로 인한 무형적인 합병비용에 대한 피해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금융에 있어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경영진 입지 변화도 감지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정태 회장 연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카드는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한 승부수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김 회장의 입지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법원이 하나금융의 무리한 조기통합에 대한 근거를 인정한 만큼, 김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하나금융은 내부 분위기를 급하게 다잡는 분위기다. 일단 하나금융은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의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오히려 조기통합 지연에 대한 '책임론'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6일 통합추진단장을 맡은 하나금융의 이우공 부사장은 합병 지연에 따른 책임을 안고 사표를 제출했다. 정진용 하나금융 준법담당 상무와 외환은행의 기획관리그룹 담당 임원인 주재중 전무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금융권에선 "자진 사퇴라기보다 '사퇴강요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의 책임론으로 번지기 전에, 책임자 자진사퇴로 조기통합의 당위성 및 의지를 보였다는 풀이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운신 폭이 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도, 김 행장의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신 위원장은 노사 합의 없이도 하나금융의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는 등 하나금융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에 말을 바꿨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신 위원장은 "그동안 일관되게 노사 합의를 주문했던 저의 태도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의 일관성 없는 발언에 금융권의 비판도 이어졌다.
공은 외은 노조와 김정태 회장에 다시 넘어왔다. 김 회장이 외은 노조와의 극적 합의를 끌어낼 만한 히든카드를 꺼낼지, 이의제기에 이어 항고 등 법정 다툼을 할 지 주목된다.
한편 하나금융은 하나-외환 통합 추진으로 미뤘던 은행장 및 임원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 이르면 내주 안에 주총을 통해 공석인 하나은행장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