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장기체류 한토신, 경영권 분쟁 이어질 듯
입력 2015.02.11 11:33|수정 2015.02.11 11:33
    공기업 민영화 과정 꼬여 '아이스텀'-'LH공사' 1대-2대 구도 고착화
    대주주 변경 승인후 '프론티어+보고'-'MK전자' 1대-2대 구도 연장
    차입형 개발신탁서 위상 커…보고펀드+MK전자간 추가적인 매각협상 예상
    • [02월11일 10:0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10년 넘게 M&A시장에서 '체류'하고 있는 회사가 한국토지신탁이다. 한동안 시장에서 외면받다가 지난 해 KKRㆍ보고인베스트먼트 등 이름 있는 회사들이 찾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 거래와 관련된 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갑자기 인수전이 치열해진 배경 △대주주 변경 승인 논란 △향후 1대-2대 주주 경영권 분쟁 결과다.

      ◇토지공사 자회사였다가 민영화…처음엔 사갈 사람도 없어

      한국토지신탁은 국내 최대 '부동산 신탁사'다. 토지 보유자로부터 땅을 위탁받아서 개발사업을 대신 추진, 수익을 남기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토지신탁' (개발), '담보신탁'(자금대여)' ' 처분' '분양관리' 등이 주업무다. 과거 신탁업법(현 자본시장법 통합)에 따라 설립됐다. 신탁사업자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하는 금융투자업자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서 인가를 받은 부동산 신탁사는 딱 11곳에 그친다. 한토신이 가장 '맏형'격으로 시장점유율이 36~40%에 달한다. 특히 '차입형 개발신탁'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차입형 신탁은 신탁사가 시행사 역할을 담당, 은행에서 사업비를 직접 빌리고, 시공사를 선정해 건물을 짓고, 분양까지 일괄 처리하며 높은 수수료를 받는 고수익 사업이다.

      당초 한국토지공사(현 LH공사) 자회사로 설립된 공기업이었고 코스닥 상장까지 됐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 기조에 따라 2002년부터 매각이 시작됐다.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는 인수하겠다는 이가 적어 5년 동안 새 주인을 못찾았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 호황기였다. 굳이 신탁사를 찾지 않고 직접 시행사로 나서도 개발이 가능했다. 실제로 당시 한토신 연간 영업이익은 2000년도부터 7년간 평균 100~200억원에 남짓했다. 한번씩 대규모 적자도 발생했다.

      2007년 들어서야 한토신 매각은 '아이스텀 레드'라는 프로젝트성 사모펀드(PEF)와 계약을 체결한다. 아이스텀은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 SK증권 등 13곳의 기관을 투자자(LP)로 참여시킨 펀드였다. 먼저 유상증자로 지분을 사고, 나중에 콜옵션을 활용해 LH공사 구주를 매입하는 거래구조가 짜였다.

      아이스텀은 먼저 700억원을 들여 유상증자에 참여로 지분 일부(23.1%)를 매입했다. 당시 LH공사가 보유한 한토신 구주만 1억주에 달했다. 아이스텀은 이 가운데 LH공사 지분 가운데 7000만주에 대해 2011년 8월까지 콜옵션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4월까지 아이스텀은 7000만주 가운데 2100만주만 겨우 인수하는데 그쳤다. 이 지분까지 합쳐서 겨우 1대 주주가 됐다.

      정작 LH공사는 처리하지 못한 지분을 잔뜩 남기게 됐다. 이미 이때부터 지분율 차이가 미묘한 1대 주주-2대 주주 구도가 형성,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마련됐다. 

      민영화 완료를 위해 LH공사는 아이스텀이 다 사가지 못한 잔여지분을 팔아야 했다. 간신히 1대 주주가 된 아이스텀도 상황은 비슷했다. 훌쩍 펀드 만기 5년 (2007년~2012년)이 다가왔다.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려면 아이스텀도 지분을 팔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아이스텀이 먼저 2011년부터 매각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인수자를 못찾았다. 우리금융지주, 부영그룹, 일본계 사모펀드가 달려들었으나 정작 본입찰에 나타나지 않았다. 칸서스자산운용, 이니티움 2013 등과도 MOU까지 체결했으나 결국 인수자가 자금이 없어 성사되지 못했다. 

      LH공사도 공사 나름대로 매각을 시작했다.

      원래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아이스텀-LH공사 지분을 함께 모아 같이 파는게 합리적이고, 인수자 찾기도 유리했다. 양사간 이런 논의가 몇번 진행됐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각자매각-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신탁사 인기 급상승…'MK전자' vs '프론티어+보고+KKR' 대결구도

      상황이 변한 것은 대략 2012년부터. 첫째로 한토신의 영업이익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회사 값어치가 높아졌다. 둘째로 그 사이 새 인수후보들이 각각 아이스텀과 LH공사를 찾아갔다.

      한토신은 2010년 한해에만 무려 636억원의 손을 봤다. 저축은행 등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등에서 진 탓이 컸다. 또 한토신 같은 신탁사는 사업수주 이후 3~4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익이 들어오는데, 2007년까지 이어지는 부동산 경기침체 마지막 여파를 감내하는 시기였다.

      그러고 곧바로 2011년부터 흑자기조가 시작됐다. 영업이익은 2011년 602억원, 2012년 580억원, 2013년 669억원으로 이어진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분류되는 차입형 개발신탁에 더 집중하면서 고수익을 냈다. 시장 시각도 변화했다. 수년간 부동산 경기침체와 PF보증 리스크 등을 겪으며 한국도 일본처럼 부동산 신탁사가 주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험 많고 재무안정성을 갖춘 한토신 같은 신탁사가 개발과 금융권 대출까지 다 처리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한토신은 계약구조상 사업에서 30%이상 손실이 안나면 손해를 보지 않는 '방어력'을 갖췄다. 신탁업이 '허가업종'이다보니 신규 진입 장벽도 마련돼 있다.

      분위기를 감지한 한토신 인수를 추진한 곳이 박대혁 대표가 있던 리딩투자증권. 1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PEF(리딩밸류2호)를 만들어 LH공사와 아이스텀 지분을 모두 사려고 시도했다. 2012년 1월에 리딩밸류2호 펀드의 이름으로 LH공사 지분을 인수하기로 계약부터 맺었다. 총 650억원 규모.

      그러나 자금부족이 또 문제가 됐다. 펀드에 자금을 대기로 한 회사(SSCP)가 정작 부도가 나버렸다. 또 리딩증권 역시 W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웠다. 이 무렵 보고펀드 등을 위시한 다른 PEF도 한토신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LH공사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리딩증권과 맺은 매매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이게 한동안 논란이 됐다.

      이때 리딩증권을 대체한 곳이 반도체 장비업체인 MK전자. PEF시장에서는 초창기 FG10이란 회사가 MK전자를 사고팔아 고수익을 낸 사례로도 알려져 있다.

      MK전자는 계약서 앞단에 있는 리딩밸류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펀드 운용사도 'MK인베스트먼트'로 바뀌고 자사가 투자자(LP)로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했다. 리딩은 이름만 빌려주고 투자자만 참여하며 뒤로 물러났다. MK전자는 주당 1025원에 지분을 인수했고 2대 주주가 됐다. 지난 2013년 7월에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신청했고 4개월뒤 승인을 받았다. 승인과정에서 이슈도 적지 않았다.

      어쨌든 LH공사는 지분을 팔고 이제 한토신을 떠나버렸다.

      남은 1대 주주 아이스텀의 고민이 컸다. MK전자를 신경써서 인수를 꺼리는 이들도 많았다.

      아이스텀은 작년 4월 새 인수자를 찾아내고 8월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를 주도한 곳은 아시아퍼시픽캐시탈(APC)란 이름의 부동산 NPL 발굴회사. 이곳이 명목상 세운 회사가 '프론티어 인베스트먼트'. 이들은 프로젝트 펀드(파이어니아)를 만들기로 했고 펀드에 90%이상 돈을 댈 투자자가 KKR SSF였다. KKR SSF는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의 이름을 같이 쓰고 있지만 바이아웃펀드와 무관하게 NPL을 비롯한 특별자산펀드(Special Situation Fund)로 활동하는 곳이다. 약 50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KKR이란 이름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졌다. 외국계 자본이 참여할때마다 등장하는 '론스타 딱지', '투기자본의 국내진출' 논란이 다시 나왔다. 최근 대표이사(장화식 전 대표)가 론스타로부터 뒷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KKR의 한토신 인수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논란을 피하는 과정에서 보고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인수자로 참여했다. KKR 참여지분을 줄이고 공동경영하겠다고 나선 후 대주주 변경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경영권 분쟁 테마와 KKR-보고 같은 이름의 등장으로 한토신 주가는 단기간에 폭등했다.

      남은 이슈는 우선 '프론티어(APC)-보고'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역시 금융위원회(산하 증선위)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느냐다.

      승인이 떨어질 경우. 남은 이슈는 이제 한토신은 1대주주(프론티어-보고)와 2대주주(MK전자) 간에 어떤 식으로 합의 또는 공동경영, 아니면 상호 지분 매각을 진행하느냐다.

      공동 경영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일단 프론티어-보고 컨소시엄만 해도 운용사가 3곳인 상황에서 또 다른 회사까지 참여, 한 회사를 일관성 있게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다. 거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보니 자금력을 더 동원하면 어느 한쪽이든 상대편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내이사-사외이사 점유부터 여러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일 승인이 불허되면 상황은 완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관건은 한토신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 그리고 대주주 변경에 따른 안정적인 경영여부다. 점유율이 높고 향후 성장성이 예상되는 신탁업계 1위 회사다보니 대주주에 시행사가 포함되었느냐 아니냐 등으로 논란이 시끄러웠던 상황이다. 안정적인 소유 및 경영구도로 가기 위한 분쟁은 이제 시작단계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