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매각, 롯데의 '변신'에 멘붕…SKㆍ어피니티 이용만 당해?
입력 2015.02.17 13:52|수정 2015.07.22 15:10
    롯데, 기조 변화로 대규모 투자와 연결
    SK와 어피니티는 '상처' 적지 않아
    PEF들 과열 우려…CS와 도이치는 대박
    • [02월17일 12:0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T렌탈 매각이 의외의 결과로 마무리되고 있다. KT와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아직 롯데에 정식 통보는 하지 않았다. 다만 16일밤 동시다발적 '보도'로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정식발표나 공시를 앞둔 일종의 애드벌룬(Ad-balloon)띄우기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17일 아침 소위 '멘붕'을 겪은 거래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이번 거래에선 후보들과 매각측의 '의중 떠보기'와 '여론전'이 특히 활발했다. 그 결과, 후보들이 받은 상처가 적지 않다.

      ◇롯데의 '변신'은 무죄? 7.5조원 대규모 투자와 연결

      시장에선 롯데가 KT렌탈 인수에 1조50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후보들은 이보다 못미치는 가격.

      롯데는 짧은 시간에 KT렌탈 인수에 대한 입장 또는 기조가 확 바뀐 모양새다.

      M&A거래에서 늘 '엄살'을 떨기로 유명한 롯데지만 이번에는 그럴만했다는 평가다. 일단 '5년 전 3000억원에도 안사갔던 회사'라는 논리가 컸다. 그룹이 처한 상황(오너 이슈)등을 감안할때 이만한 투자가 지금 가능할지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상당수 거래 관계자들이 롯데를 핵심후보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오너 차원에서 단호한 입장 변화가 있었기에 이런 선택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16일 롯데그룹의 '올해 7.5조원 투자' 발표서 이런 기조 변화가 확정단계였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신동빈 회장이 나서 "경영환경이 안 좋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된다"고 선언했고 유통부문에만 3조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기조가 KT렌탈에도 이어졌고 입찰제안도 극적으로 변했다는 것. 사실 롯데그룹이야 의지만 확실하다면 확 지를 수 있는 최대 바이어였다.

      ◇SK, 16일 슬그머니 참여…경쟁사 KT에 이용 당하고 체면구겨

      정작 애처롭게 된 곳은 SK그룹. 여론전까지 펼치며 인수전에 임했으나, 정작 경쟁사의 계열사 고가매각에 이용 당한 결과가 나왔다.

      일부 언론을 통해 14일 토요일 아침부터 "SK네트웍스는 재입찰에서 빠질 수 있다"는 얘기가 흘렀다. 몇차례나 재입찰을 요구하는 KT에 대한 불만이자, "자꾸 그러만 핵심후보인 SK도 빠질 수 있다"는 신호였던 셈. 하지만 판을 이해하는 이들은 이를 어디까지나 '압박용 카드'로 인식했다. 실제로 SK는 16일 오전 슬그머니 제안서를 다시 제출했다.

      사실 SK는 억울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직전까지만해도 KT렌탈은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의 2파전이 유력했다. SK는 'KT와 최대 경쟁사'라는 태생적 리스크에도 불구, 어느 때보다 이번 거래를 진지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도 적지 않게 높게 썼다. 자신들도 경쟁사 리스크를 잘 알지만, 그만큼 KT렌탈을 SK가 인수했을 때 활용도가 높고 시너지 밸류를 이해했다는 의미. 다른 인수후보들도 SK의 시너지 밸류 하나만큼은 확실히 인정했다.

      어쨌든 SK는 이번 결과로 "퍼블릭 딜에서 SK가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원칙만 다시 확인됐다. 덕분에 KT는 입찰흥행을 보장해주는 든든한 경쟁마 (Stalking Horse)로 SK를 활용할 수 있었다. SK로선 체면을 구길만큼 구겼다. 이런 결과를 야기한 매각 측에 감정이 꽤 상할만한 상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래도 실패한 마당에 이제 SK는 "롯데가 렌탈시장에서 어떻게 나오느냐"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어피니티, 초반 9000억원에 여론 질타만 받아

      어피니티도 이번 거래에서 받은 '타격'이 컸다. 여론 질타가 적지 않았다.

      본입찰에서 어피니티는 9000억원대 가격을 써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렀다.

      사실 다른 재무적 투자자(FI) 입장에서 보면 어피니티의 행동은 다소 놀랍긴 했다. 어피니티는 과거 KT렌탈이 금호렌터카 시절에도 비싸다고 인수를 안했다. 이번 거래에서 6000억원에 달하는 레버리지(선순위 인수금융과 메자닌 포함)를 감안하면 기대수익률(IRR)이 13~15%에 그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대기업이 1조원을 넘게 써냈다. 또 그간 KT가 보여준 움직임은 꽤 예측불허였다. 프로그레시브딜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피니티가 초반에 높게 가격을 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본라운드 접근도 어려웠다. 기대수익률을 얼마에 맞추느냐란 선택은 다르더라도 9000억원대 제안을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제안 때문에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어피니티는 '론스타'와 비교되며 투기자본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이 가격 제안조차 본인(당사자)이 시장에 밝힌 것도 아니다. 오로지 시장 소문을 통해서, 또 누군가에 의해 결과가 공개되었고 이런저런 주목을 받은 것에 불과했다.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일부 IB가 어피티니에 편의를 제공하려고 팁을 준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테스코 홈플러스 최대 인수후보인 어피니티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는 것. 과정은 차지하고서도 어쨌든 어피니티 역시 이번 거래로 고운 감정을 남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MBKㆍIMM PE 등, 시장 '과열'에 놀라

      본입찰에 참여했다가 자진 철회한 사모펀드들도 있다. 이들은 이번 거래에서 일종의 '교훈'(?)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M&A시장 옥션딜의 밸류에이션이 과열돼 있다는 판단이다.

      이들이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특히 일부 회사는 KT렌탈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옥션 거래가 지나칠 정도로 비이성적인데다 과다한 경쟁이 붙었고 그것이 합리적인 밸류와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을 한 것을 보인다.

      정작 승자로 남은 곳은 KT. 그것도 '실력'으로 무장한 고수라기보다는 '입다물고 스탠스를 어정쩡하게 취한 것이 오히려 주효한' 모양새가 됐다.

      이번 매각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평이 "프로그레시브 딜을 할거면, 아예 제대로 하지, 이도 저도 아니었다"는 반발이었다. 이 과정에서 혼란을 느꼈던 인수후보들이나 IB들이 적지 않다. 어차피 앞으로 KT가 얼마나 M&A시장에 등장할지는 미지수. 다만 한가지 확인된 바는 '불확실성은 선수(Professional)도 미치게 한다"는 점 정도였다.

      ◇CS는 골드만 능가?ㆍ도이치 최대 수혜자

      IB들 가운데 CS가 과실을 챙길 전망이다.

      처음에 매각주관사에 선정됐을때만 해도 '최저가 수수료 덕분에 뽑혔다"고 IB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평가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했다.

      KT와 CS의 경우, 과거 이석채 회장 재임 시절 KT가 아프리카 마록텔레콤(모로코텔레콤) 인수를 검토할때 CS가 열심히 자문을 제공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챙기지 못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에 KT가 CS를 '챙겨줬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사실 수수료가 짜기로 유명한 KT는 마록텔레콤 당시 인수자문사에게 "1000만원을 줄테니 아프리카 출장비를 전부 이 돈으로만 처리하라"고 요구했다는 웃지못할 비사(秘史)도 전해진다.

      어쨌든 CS는 매각과정을 적절히 컨트롤(?)했다. 어느 후보가 얼마를 써냈다고 시끌시끌할때는 침묵을 지켰다. 게다가 때맞춰 적절한 시기마다 후보 리스트라든가, 어느 후보가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들도 나와서 매각 측에 은근히 도움을 줬다. 일각에서는 이제 골드만삭스보다 CS가 대세라는 얘기도 나온다.

      또 하나의 대박을 친 자문사도 있다. 바로 도이치증권.

      도이치증권은 이번에 롯데 자문을 담당했다. 정식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리그테이블에서 상위권 숫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는 운이 됐든, 실력이 됐든 바이쪽 자문을 서는 회사들이 족족 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특이한(?) 경력을 챙기게 됐다. 벌써 4~5번째 연속이다.

      2014년 ADT캡스 매각전 당시, 복잡한 과정을 거친 후 칼라일 자문을 섰다가 칼라일이 인수에 성공하면서 대박을 쳤다. 그 뒤 골드만삭스가 주도한 LIG손해보험에서도 뒤늦게 KB금융 자문을 섰는데 이게 또 성사됐다.

      작년말에는 SK E&S 매각에서 인수자문사를 서서 과실을 챙겼다. 당초 다른 자문사 참여가 거론됐으나 도이치가 챙겨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가장 뒤늦게 참여한 롯데 자문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