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빌딩 투자하는 공무원연금, '서고(書庫)'에 꽂혔다
입력 2015.02.24 07:00|수정 2015.02.24 07:00
    [Weekly Invest]
    서고 있는 건물 귀해진 반면 자료 보관 수요는 여전
    공실 발생 시 김앤장 추가 임차 나설 것으로 기대
    • [02월15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공무원연금이 정동빌딩의 투자 매력으로 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서고(書庫)를 꼽았다. 최신 건물에서 찾기 어려워진 서고가 법무법인 등 맞춤 임차인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하는 정동빌딩에 투자하기 위한 내부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금액은 200억원이며 늦어도 이달 중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정동빌딩을 지분투자(에쿼티·Equity) 1180억원, 선순위대출 1661억원, 보증금 83억원 등 총 2924억원에 삼성SRA자산운용으로부터 인수했다.

      에쿼티 투자자로는 NH손해보험(580억원)·한국투자증권(200억원)·삼성화재(100억원)·메트라이프생명(100억원) 등이 참여했는데, 공무원연금은 이 중 한국투자증권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투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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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정동빌딩

      정동빌딩은 본관과 사무관 두 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공공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교과평)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전체 면적의 80%가량을 사용하고 있고, 외국 대사관 등도 들어와 있다. 2007년엔 정동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건물을 매입해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 시설로 용도변경을 하고 증축과 리모델링을 거쳤다.

      건물 가치가 높아졌고 우량한 임차인이 있음에도, 공무원연금은 처음엔 정동빌딩 투자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래 1978년 지어진 오래된 건물로 내부에 기둥이 많아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대로나 지하철 역과의 거리도 가깝지 않고, 2018년 이후엔 교과평 지방 이전으로 약 48%의 공실도 생긴다.

      공무원연금은 그러나 추가 검토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냈다. 정동빌딩 지하에 있는 서고(書庫)의 가치에 주목했다.

      최근 건물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지하 공간을 음식점 등 상업 시설로 개발하는 추세다. 서고가 희귀해진 반면, 법무법인 등의 자료보관 수요는 유지되기 때문에 임차인 확보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노스게이트 타워의 경우 지하 1층에 서고가 있는데, 김앤장은 이 빌딩의 공실이 생길 때마다 임차 공간을 늘려 100%를 사용하게 됐다”며 “김앤장은 정동빌딩 역시 공실이 생길 경우 우선적으로 임차권을 부여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현재 정동빌딩에서 교과평 다음으로 많은 면적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특허 등 지식재산권 분야로 알려졌다. 관련 자료가 많고 오래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큰 특허 분야의 특성상 서고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다는 분석이다.

      김앤장 특허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른 빌딩의 임차 계약 종료 시기와 교과평의 이전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김앤장은 로얄빌딩도 사용하고 있는데 임차계약이 지난해 말 종료된 후 2~3년의 기간만 연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시기가 교과평 이전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정동빌딩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은 로얄빌딩의 김앤장 특허 분야가 정동빌딩으로 옮겨올 경우 교과평 이전으로 발생하는 공실의 절반 가량을 채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공실을 채우지 않더라도 투자 만기까지 6.7%의 자기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