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차이면 M&A 시장에서도 '찬밥'
입력 2015.02.26 07:05|수정 2015.02.26 07:05
    내부 횡령 · 뒤처진 기술력 등
    부정적 인식 탓에 투자 꺼려
    매각 후 회복 가능성도 '깜깜'
    • [02월01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터치스크린 패널업체 모린스. 지난해 말 인수자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인수 희망 가격이 생각했던 수준의 절반에 그쳤다. 매각 진행은 없던일이 됐고 현재도 법원이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 모린스는 한 때 '햅틱 시리즈'에 제품을 납품했다.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97%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일면서 삼성전자가 보장해주던 수익이 사라졌다.

      디지텍시스템스는 횡령 사건 발생으로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세번이나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터치스크린 패널 업계 1위로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였다.

      모린스와 디지텍시스템스는 각각의 이유로 삼성전자와 거래선이 끊기면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사례다. IT업계 관계자는“협력사가 기술 적응이 늦거나 내부에 횡령 등 부정적 사건이 일어나면 삼성전자도 공급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 교체 등 조치를 취하기 마련”이라며“대부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M&A 시장에서도 외면을 받는다”고 말했다.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업체인 태산엘시디. 키코(KIKO) 사태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이곳 역시 삼성전자 납품사였다. 키코 사태 당시 삼성전자가 나서서 회생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TFT-LCD 생산 물량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실적이 추락했다. 공개매각에 실패한 후 지난해 11월 법원은 파산선고를 내렸다.

      국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며 터치패널 협력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5인치 이하 소형 LCD패널의 경우 삼성전자처럼 물량을 밀어줄 수 있는 곳도 없다”고 전했다. 소형 LCD는 모바일 제품 외에 대량으로 사용되는 곳이 많지 않아, 효용성이 떨어져 매수자를 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신규 모델 출시에 맞춰 설비와 연구개발에 먼저 투자했다면 더 큰 딜레마다. 최근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부 실적은 기대 이하다. 매출도 줄고 영업이익도 감소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스마트폰 부품 공급 업체들 가운데 M&A 시장에 등장하는 회사들은 삼성전자를 믿고 대규모로 투자했다 손실이 발생한 곳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책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수자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도“삼성전자 납품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오면 '삼성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또는‘ '기술력이 없다'는 낙인 때문에 주인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매각이 성사된다 해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에스에이엠티(SAMT)는 삼성전자 계열사와 거래하는 반도체 대리점들 중 선두업체다. 2013년 초부터 매각을 진행했지만 불발되며 1년 이상 표류했다. 도중에 매각 자문사가 교체되기도 했다. 작년 말부터 삼지전자와 최종 매매계약(SPA) 협상을 진행, 2월 초 본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협력사들이 줄줄이 매물화되지만 삼성전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복수의 협력사를 둔 탓에 특정 협력사가 매각 이슈에 휘말리면 다른 업체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각 성사를 방해하는 또다른 요인이다. 어렵사리 새 인수자를 찾아도 다시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빈 자리를 뚫고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