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안정적인 현대차 협력사, M&A 시장의 '귀한 손님'
입력 2015.02.26 07:05|수정 2015.02.26 07:05
    사이클 긴 자동차 산업, 매물 출회 자체가 드물어
    현대차, 협력사 교체 꺼려 직접 인수합병 나서기도
    • [02월08일 13:3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는 귀한 손님이다. 매물로 잘 등장하지 않는다. 단 시장에 나타날 경우 이를 탐내는 투자자는 많다.

    • 이제껏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는 서진산업·프라코 등을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다.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을 당시 시장의 이목을 끌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 말,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비스테온(Visteon)이 보유한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규모는 국내 PEF 기업인수 중 최대 규모인 36억달러(한화 약 3조9200억원) 수준이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외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이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투자를 확약했다. 국민연금도 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2011년 국내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인 서진산업은 M&A 매물로 등장했다. 회사는 2008년 외환위기 당시 미국 업체 타워오토모티브에 매각된 바 있다. 결국 치열한 인수 경쟁 끝에 세코(SECO) 그룹이 모태였던 서진산업을 되찾아 왔다.

      금형 및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프라코는 2012년 삼보모터스에 인수됐다. 인수전에는 세코, 캐나다의 매그나 인터내셔널 등 4곳의 전략적 투자자(SI)가 참여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사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M&A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제품 주기가 긴 자동차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정보통신(IT) 산업과 같이 급격한 트렌드의 변화로 다수의 협력업체들이 M&A 시장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현대차와 대형 1차 협력업체들은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협력업체 오너의 사망 또는 외국계 주주가 철수하는 특별한 상황 외에는 매물로 잘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물이 드문 탓에 자동차 부품사들이 시장에 등장하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로의 매출처 확보만 이뤄지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가 된다.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참여한 국내주요 투자자들도 현대차와 맺어진장기공급 계약 등 향후 안정적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일부 협력사에 지난해 출시한 LF소나타의 후속모델에 대한 일부 부품의 발주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차 개발 단계서부터 일부 부품의 개발·생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차 출시 이후에도 부품 A/S 등의 서비스가 제공 돼야 하는 탓에 장기공급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사는 제품수명 주기가 길고,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좋은 매물인 것은 확실하다"며 "특히 GM이나 쌍용자동차 협력업체들은 현대차에 제품 공급하기가 어려워 현대차 협력업체의 인수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협력업체의 교체를 꺼려한다는 점도 부품업체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인수만 성사된다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협력업체가 바뀔 경우, 품질을 담보할 수 없고, 안정적인 부 품의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같은 경우, 협력업체의 오너 또는 노사분규와 같은 내외부 이슈가 발생하면 직접적으로 완성차 라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차가 직접 나서 협력업체들의 M&A를 주선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삼보모터스 관계사인 보고파워가 SUV 차량 유리를 생산하는 온지구를 인수하는 과정에선 현대차의 역할이 컸다. 현대차가 경영난으로 인해 거래처 확보가 어려워진 온지구를 협력업체인 삼보모터스로의 매각을 주선한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M&A를 비롯해 경영상의 주요한 변화가 예상되면, 현대차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M&A에 나선 업체는 인수자를 확보하고, 현대차는 협력업체의 변동 없이 기존 거래선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업무추진은 현대차 구매부서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A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나서서 협력업체의 내외부 이슈에 대해 M&A주선·구조조정 진행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며 "협력업체와의 상생차원으로 볼수도 있지만 완성차 라인에 문제가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