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정책금융기관, 지원책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
입력 2015.02.26 07:10|수정 2015.02.26 07:10
    에코쉽펀드·해운보증기구 지원안 나왔지만 효과 '제한적'
    업계, 상식 넘어선 지원 기대…기관 "안전장치 없인 불가"
    • [02월25일 09: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내 해운업계를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책이 가동됐다. 정작 수혜대상인 해운사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오랜 시간 논의된 후 시작됐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실질적인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다른 나라들의 예를 들며 상식을 넘는 수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책금융기관들은 안전장치 없이는 지원 하지 않고 있다. 해운업에 부정적인 민간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와 투자자의 줄다리기만 계속되고 있다.

      올해 규모가 가장 큰 해운업계 지원책은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의 에코쉽펀드다. 에코쉽은 엔진이 작고 연료 효율성이 높은 초대형 선박으로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가 끊기지 않고 있다. 수은이 앵커 투자자로 내부 한도에 따라 2500억원을 출자하고, 연기금·보험사·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가 나머지를 출자한다. 펀드는 선박구매대금의 10~15%를 지원하고 선사는 5~10%를 자체부담한다. 나머지는 금융기관의 선순위 대출로 채워진다.

      올 초 현대상선과 대한해운이 '파일럿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각각 선박 2척과 1척에 대한 지원을 받았다. 3척 모두 건조 후 수익성이 보장된 장기운송계약(COA)이 체결된 배들이다. 이 때문에 "지원이 벌써 엇박자 나기 시작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들의 보증이 들어간) COA가 맺어진 선박을 담보로 하면 어느 금융기관에서나 차입할 수 있다"며 "자체 조달이 어려운 업체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정책금융기관과 선사들이 생각하는 지원 범위가 다르다"고 밝혔다.

      수은은 연기금·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과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견해다. 수은 관계자는 "정책 판단에 따라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싶어도 기관투자가들이 해운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4월 출범하는 해운보증기구와 함께 COA가 없는 선박들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기대했던 해운보증기구는 존재감이 약하다. 당초 1조원 규모의 선박금융센터를 대신해 출범됐지만 그 역할은 '보증'으로 한정됐다. 해운보증기구는 산업은행·수은의 자회사 형태로 출범해 2019년까지 5500억원 규모(민간지원 2800억원·정책금융 2700억원)로 운용된다. 선박건조 및 운용과 관련해 선박 담보가치를 토대로 후순위채무 중심으로 보증을 지원한다.

      올해 선사들이 새로 들여올 선박 수는 최대 20여 척에 불과하다. 해운보증기구의 역할은 더 줄게 된다. 보증 형태가 아닌, 초대형 선박을 빌릴 수 있는 자금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2년째 시행 중인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비용을 놓고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차환되는 회사채에 개별 민평 대비 4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서 지원하고 있다. 선사들은 금리가 높아서 불만이다. 반대로 신용보증기금 등의 차환을 지원하는 기관들은 원금상환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금리라는 보전 수단이라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자체상환 비중 증가도 변수다. 작년까진 기업이 신속인수제를 신청하면 만기도래 회사채의 80%를 지원받고, 20%만 자체상환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자체상환 비중이 때에 따라 20% 이상이 될 수 있다. 한 푼이 아쉬운 해운사 입장에선 자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확장판인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벽이 높다. 국내 200여 개 선사 중 P-CBO를 활용한 선사는 5개에 불과하다. 부채비율·매출액 대비 차입금 등 수혜를 받기 위한 제약 요소가 많다.

      일각에서는 부산시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부산시의 행보가 중국·덴마크 등 글로벌 선사들을 보유한 선진국들과 대조적이라는 게 선사들의 목소리다. 함부르크항만을 지키기 위해 약 8100억원을 투입, 하팍로이드사(社)를 회생시킨 독일 함부르크시(市)와 달리 부산시는 해운사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시의 국민소득을 고려했을 때 해운사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부산항만으로 모이는 CKYHE(한진해운·코스코·K라인·양밍·에버그린) 얼라이언스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선박은행을 통해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캠코선박운용은 올해 말 구조조정기금 운용 청산을 앞두고 선박은행으로 재출범한다. 캠코선박운용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7개 해운사가 보유한 선박 33척을 세일즈앤드리스백(Sales & Lease Back) 방식으로 인수했다. 선박은행은 2019년까지 총 5000억원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