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장엔진 이동…스마트폰에서 반도체로
입력 2015.02.27 07:00|수정 2015.02.27 07:00
    무선 사업부, 작년 영업이익 급감
    엑시노스,모바일 AP 독주 기대
    • [02월25일 10: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지난 1월29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대표 브랜드 '갤럭시'가 아닌, '엑시노스'였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설계·양산하는 자체 모바일애플리케이션(AP)이다.

      삼성전자의 성장엔진이 스마트폰에서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비는 곳간을 반도체가 채우고 있다. 특히 시스템LSI 사업부의 변신이 화제다.

    • 갤럭시 시리즈는 가전 및 반도체업체였던 삼성전자를 세계 휴대폰 시장 선도업체로 바꿔놨다. 2013년 무선 사업부는 분기마다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 해 반도체 사업부와 분기 영업이익은 6배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갤럭시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무선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갤럭시S5의 부진 속에 지난해 3분기 이후 무선 사업부 영업이익은 2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부활한 애플과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 사이에 낀 형국이라 앞으로가 더 문제다.

      그 사이 반도체 사업부가 곳간을 채워갔다. 2012년 1분기 75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2조7000억원 규모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실적은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량 전망치보다 반도체 투자계획 및 고객사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그동안 '미운 오리새끼'였던 시스템LSI 사업부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화제다.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LSI 사업부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에선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주력으로 하는 모바일 AP에선 설계에선 미국의 퀄컴, 생산(파운드리)에선 대만의 TSMC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반도체 세계 1등이라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면, 퀄컴과 TSMC는 모바일 AP 설계와 생산 분야에서 각각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모바일 AP의 설계와 생산을 다한다. 하지만 시스템LSI 사업부는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설계와 생산 모두 퀄컴과 TSMC에 뒤졌기 때문이다. 갤럭시S5도 퀄컴이 설계하고 TSMC가 생산한 칩을 탑재했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생산 분야에서 20나노 공정 기술에 머물러 있던 TSMC를 앞서게 됐다.

      이를 두고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선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파운드리 추천 업체로 삼성전자를 미느냐, TSMC를 미느냐를 놓고 한국법인과 대만법인이 맞붙은 것이다. 결국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성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추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설계 분야에선 퀄컴을 따라잡았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과거 발열 및 성능 문제로 자사 스마트폰에도 채택이 안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엑시노스의 설계능력을 끌어올리면서 발열과 성능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기술이 더해지면서 엑시노스의 가격 경쟁력도 올라갔다.

      IT업계 관계자는 "14나노 핀펫 공정을 바탕으로 한 엑시노스 양산은 과거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64K D램 생산에 버금갈 정도의 성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AP 시장에서 독주하며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