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트라우마'에 벌벌 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입력 2015.02.27 18:13|수정 2015.07.22 14:30
    "롯데 불참 확인했다" 금호산업 인수전서 발 빼
    정교한 M&A 전략없이 경쟁사 눈치만 봐
    2012년 인천 상권 뺏기게 된 이후 '점포·부지' 확보에 전력
    • [02월27일 15:3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신세계가 '롯데 트라우마'에 체면을 구겼다. 롯데를 견제하기 위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도전장을 냈다가,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게 확인되자 이틀만에 슬그머니 발을 뺀 것이다.

      인수합병(M&A)에 대한 정교한 전략 없이 경쟁사 눈치만 보며 부화뇌동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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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좌)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세계의 금호산업 인수전 불참 선언은 이틀 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을 때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사인 롯데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우리도 불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롯데에 대한 신세계의 트라우마를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평가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인천종합터미널 상권을 두고 롯데로부터 일격을 당했다. 신세계 인천점이 입점해있는 터미널의 건물 및 부지를 인천시가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신세계 인천점은 황무지였던 인천시 관교동 일대가 종합터미널로 막 개발된 1997년 입점해 20년 가까이 상권의 성장과 함께 해왔다. 주인이 롯데로 바뀜에 따라 신세계는 계약이 만료되는 2017년엔 인천점의 방을 빼야 하는 신세가 됐다.

      신세계는 앞서 2011년에도 롯데의 움직임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롯데그룹이 당시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대한통운 매각에 참여한 것이다. 신세계 광주점은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건물을 임차해 입주해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터미널 지분을 따로 떼어 아시아나항공에 넘기며 롯데도 대한통운 입찰에서 발을 뺐다.

      이런 기억이 남아있는 신세계는 인천종합터미널 상권을 뺏기게 된 직후인 2013년 4월, 금호터미널과의 광주점 임대계약을 2033년까지로 연장하고, 5000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납부했다. 대규모 차입까지 동원된 임대 계약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광주 상권은 뺏기지 않겠다'는 신세계의 의지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이후 신세계는 강남점이 입점한 센트럴시티와 서울고속터미널 지분을 사들였다. 하남유니온스퀘어와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부지도 매입했다. 역시 롯데를 의식한 행보로 분석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번 금호산업 매각에서도 계속됐다. LOI 제출 전날까지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신세계는 제출 당일 급박하게 움직였고, 결국 LOI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서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롯데의 참전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대응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이번 매각 철회로 인해 신세계는 시장에 자신의 패만 공개한 모양새가 됐다. 인수합병(M&A)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보여줬고, 내부의 롯데 트라우마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대형 전략적 투자자(SI)의 참여로 고무됐던 금호산업 채권단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금호산업 채권단 관계자는 "신세계의 불참 결정은 아쉽지만 존중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