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실패사례 포스코플랜텍, '돈먹는 하마'여도 포스코 편애 여전
입력 2015.03.12 07:00|수정 2015.03.12 07:00
    2010년 대기업 플랜트업체 M&A '붐' 장본인
    인수당시부터 '부실기업 고가인수' 논란 이어져
    수년간 적자…최근 해외 사업장 지급보증로 또 유동성 위기
    투자실패 인정 뒤 원점에서 해결방안 모색해야
    • [03월05일 11:4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포스코플랜텍이 그룹내 '골칫거리'로 전락하면서 포스코의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회사 적자 폭은 확대되고 있고, 업황 회복 전망도 밝지 않다. 이탈리아발(發) 우발채무 현실화 위기로 진땀을 빼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PEF)들에 투자 권유를 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다시 재무여력 확충에 나서면서 그로 인한 부담이 또다시 포스코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포스코가 투자실패를 인정하고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0년 3월 포스코는 플랜트 설비업체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 정준양 전(前) 포스코 회장이 성진지오텍(現 포스코플랜텍) 인수를 결정할 때부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인수 직전인 2009년 성진지오텍 부채비율은 1613%에 달했다. 키코(KIKO) 사태 폭풍을 맞은 대표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당시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기업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감사의견을 내기도 했다.

      키코 여파가 가라앉았지만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지분 40%를 인수하는 데 1600억원의 자금을 소요했다. 당시 산업은행 M&A실이 매각주관사로 활동했고, 미래에셋PEF 1호가 보유한 지분 등을 포스코가 사들였다.

      매각이 확정되자 곧바로 '부실기업 인수' 논란과 함께 '특혜 인수'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1대주주였던 전정도 회장의 지분이 성진지오텍 3개월 평균 주가(8300원)의 두 배에 달하는 1만6330원으로 계산됐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비싼 가격에 인수하면서 대기업들 사이에는 울산 지역 플랜트업체 인수 바람이 불기도 했다. 같은해 10월에는 GS그룹이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DKT(현 GS엔텍)를 인수했다. 포스코와 비슷한 시기에 후성그룹도 한텍을 인수했다. 이 가운데 DKT는 GS그룹이 실시한 대표적인 '실패한 M&A'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연일 대규모 적자에 재무적 투자자(FI)를 동원한 인수대금보다 더 많은 증자대금 투입 등이 이어졌다.

      포스코 플랜텍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수 후에 2010년 10월과 2012년 1월 유상증자가 이어졌다.

      포스코는 2013년 4월 들어 포스코플랜텍을 성진지오텍에 흡수합병, 지금의 포스코플랜텍으로 만들었다. 합병 이전 포스코플랜텍은 제철 설비업체로 2012년 기준 매출액 5232억원, 영업이익 253억의 실적을 기록한 업체였다. 합병 이후에는 현재까지 매분기 적자를 기록 중이다. 부실 자회사를 위해 우량 자회사를 갖다 바친 모양새가 됐다.

      줄곧 포스코그룹의 '돈먹는 하마'였던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말에도 다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번에는 포스코와·포스코건설이 총 290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철강 이외의 사업은 매각' 이라는 권오준 회장의 취임 일성과는 배치되는 결정이어서 의아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왜 포스코가 이렇게 포스코플랜텍에 매달리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 유상증자로 인해 포스코는 향후 지속적인 실적 악영향을 받게 됐다. 지분율 증가로 포스코플랜텍이 포스코 연결기준으로 편입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플랜텍의 연결기준 편입으로 포스코는 당장 이번 1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편애'를 계속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포스코 기업설명회(IR)에서도 포스코플랜텍을 회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권오준 회장은 "울산 지역 해양플랜트 관련한 설비는 핵심 기능만 남기고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성진지오텍이 영위하던 사업장이다. IR 이후 다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포스코 목표주가를 낮추는 등 냉담한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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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플랜텍 이탈리아 지역 태양광 설비(사진제공=포스코플랜텍)

      비단 포스코 내부에서만 포스코플랜텍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는 사모펀드(PEF)를 위시한 외부 FI들에도 '포스코 플랜텍에 투자하는 게 어떻겠냐'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 방식도 우선주나 전환사채 같은 메자닌이 아닌, 일반적인 보통주 투자를 추천했다. 그리고 "그만큼 포스코플랜텍이 좋은 기업"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안을 받은 PEF들은 적자가 연일 발생하는 기업을 좋은 회사라며 보통주 투자를 요구한 것에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최근 포스코플랜텍은 단기적 유동성 위기상황에 처하는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과거 이탈리아 태양광 발전소 건설 자금조달을 위해 채무인수 보증을 했던 부분이 우발채무로 현실화할 뻔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극적 만기 연장 합의를 통해 단기적으로 문제는 일단락 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인수·기존 포스코플랜텍 합병 등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며 "그러고 나서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