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원그룹, '사업다각화'에 발목 잡혔다
입력 2015.03.13 07:00|수정 2015.03.13 07:00
    제분업체 동아원, 와인·고급차 수입 등 계열사 30여개 거느려
    계열사 대부분 적자…패션업체 모다리슨 적자지속으로 청산절차
    • [03월12일 11:2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동아원그룹이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에 발목이 잡혔다. 본업인 제분업 외에 고급차, 와인 수입 등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히는 과정에서 재무여건이 악화했다. 금융업계와 재계에선 동아원이 본업에만 충실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채무상환능력 악화와 사업 구조조정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동아원그룹은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한국제분→동아원'으로 이어지는 수직 출자구조로 이뤄졌다. 이 중 동아원은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로서 각 계열사들에 18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해주는 등 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동아원의 수익성 악화로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그룹 전반의 채무상환능력도 저하됐다.

      동아원은 지난해 영업손실 175억원, 순손실 776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13년말 355%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816.1%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동아원은 당진탱크터미널을 비롯한 자산매각에 들어갔다.

      수익성 악화의 배경으로는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와 사료업의 이익저하 등이 꼽힌다. 본업인 제분업은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동아원 중심의 과점체제가 형성돼 있어 안정적인 수익이 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도 제분 사업에선 41억원의 순이익이 났다. 하지만 사업다각화로 늘린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했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2013년에 비해 원재료값 하락 등으로 사업여건이 좋았다"며 "동아원의 재무구조 악화의 주원인은 제분업보다는 사료업과 계열사의 저조한 실적 영향이라고 파악된다"고 말했다.

      동아원은 모태인 제분산업의 성장성이 정체되자 2000년대 후반부터 돌파구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이후 동아원의 계열사는 30여개로 증가했다.

      그룹의 주력회사인 제분 및 사료업을 필두로, 호주산 와규(동아푸드), 유기농 식품(해가온), 프리미엄 사료(대산물산,ANF), 와인(나라셀라·단하지앤비·단하유통· PDP와인), 페라리·마세라티를 수입 판매하는(FMK), 패션업(모다리슨) 등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 이희상 동아원 회장은 '페라리를 타는 와인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직접 포도원을 찾아다닐 정도로 와인에 대해선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동아원의 발목을 잡았다. 2014년 3분기 기준으로 계열사 대부분이 순손실을 기록했다. 동아원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232억원 규모의 대여금을 지원했다. 2013년 3분기 87억원 수준에서 1년 만에 3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40억원을 대여해 준 패션업체 모다리슨을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아원이 본업인 제분업만 충실했더라도, 재무구조가 이렇게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원의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하자 대출을 해준 시중은행과 신용평가사들은 이들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동아원이 그룹의 주력이다 보니, 동아원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번지는 가능성마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동아원그룹이 동아원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지급보증 등으로 얽혀 있어, 동아원의 채무이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룹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