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 매각, 동력은 은행 신용도 저하 리스크 제거…주주 입장차 원인
입력 2015.03.23 07:00|수정 2015.03.23 07:00
    하나ㆍ국민 등 경영권 매각 찬성…기업은행 입장차이 보여
    5년간 은행 부실채권 장부에서 제거 효과 톡톡
    유암코 NPL의 건전성 문제되면 리스크가 은행으로 이전될 수도
    감독당국 유암코 경영권 매각 선호…은행들 합의 쉽지 않아
    • [03월18일 15:1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유암코(UAMCOㆍ연합자산관리) 매각이 재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주주인 6개 은행의 합의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사  보유지분 전체 매각을 희망하는 것으로, 국민은행도 경영권 매각에 찬성으로 알려진다.

      신한-우리-농협 등은 다수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 다만 IBK기업은행이 경영권 매각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적으로 유암코 매각은 국내 부실채권(NPL) 1위 회사의 상시조직화 또는 새 주인 찾기가 목적이다. 

      그러나 거래를 유발하는 더 큰 동력, 특히 금융당국이 '유암코 지분 50% 이상 매각'을 선호하는 원인은 따로 있다. 행여 발생할지 모를 은행권의 신용도 저하 리스크를 이번 기회에 미리 제거하자는 목적이다.

      ◆유암코 설립후 5년…북오프(Book-off) 효과로 재미본 은행들

      유암코 설립 시기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 발발 직후다. 곳곳에서 부실채권(NPL)이 급격히 늘어나고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을 무렵이다. 여기에 국제회계기준(IFRS)도입 이슈까지 겹쳤다. 은행들은 급증하는 부실채권 처리방안이 필요했다. 이에 신한-국민-하나-기업-우리-농협 6개 은행이 모여 공동으로 자본을 대고 회사를 만든 후, 여기에 부실채권을 넘기도록 했는데 이게 유암코다. '민간 배드뱅크'라는 별명도 여기서 비롯됐다.

      은행이 주인인 회사가 은행 부실채권을 떠안는 독특한 구조다. 성격이 유별나 상시조직은 못되고 5년(2010년~2014년) 한시적으로 가동되는 회사로 설립됐다. 물론 이런 유암코도 거래투명성 확보를 위해 다른 부실채권 투자회사들과 입찰경쟁을 경쟁을 거쳐 부실채권을 사도록 했다. 

      유암코가 생긴 이후.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떼어내는 '북오프'(Book-off)효과를 톡톡히 봤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전체 자산이 100, 연체자산이 10 이라고 하면 연체율이 10% 인데, 이 연체자산 가운데 2만 유암코로 넘겨도 연체율이 8.1%(8/98)로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골치 아픈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제거하면서 자산건전성이 올라가 좋고, 유암코는 부실채권을 한데 모아 관리하면서 수익을 냈다. 든든한 뒷배경(?)에 힘입어 유암코는 단기간내 국내 부실채권 시장 1위 회사로 도약했다.

      물론 비판도 없지 않았다. "은행 6곳이 공동으로 사용할 휴지통(?)을 하나 만들어 놓고는, 뒷처리는 생각 않고 쓰레기만 한데 모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 하지만 이런 비판은 유암코의 수익성 앞에서 힘을 잃었다. 그 5년간 받아놓은 부실채권이 돈이 됐다. 유암코는 설립 첫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당기순이익을 냈다. 작년 3월에는 2002억원의 대규모 배당까지 실시했다. 6개 주주은행은 300억원에서 350억원의 배당수익까지 챙길 수 있었다.

      이렇게 돈을 번데는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대표적인 것이 리먼 사태 직후에는 부실채권 값이 쌌고, 회수율은 높았다는 이유가 거론된다. 유암코는 이런 부실채권을 뭉텅이로 담아갔다. 아울러 유암코는 부실채권 매입자금을 마련하고자 회사채를 찍어냈는데, 든든한 은행들이 주인이다보니 신용등급도 AA 수준을 유지했다. 조달비용이 낮은터라 상대적으로 수익폭은 더 늘어났다.

      ◆유암코의 자산건전성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오르면? "차라리 떼어내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불린 유암코였으나 몇 가지 변수가 발생했다. 하나는 약속한 5년이 지났다는 것. 원래 시중은행들은 은행법 37조에 따라 금융위원회 승인없이는 특정회사 지분 15%이상을 가지지 못하도록 돼 있다. 유암코는 특수목적으로 설립됐고, 5년내 청산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금융위가 예외로 은행들의 15% 이상 지분보유를 허락했다. 딱히 대안없이 예정된 청산기한이 다가오자 일단 은행과 금융위는 유암코 존속기한을 2019년까지 5년 더 연장했다.

      그러나 유암코가 매 5년마다 '생명연장'을 허가받지 않는 상시조직이 되려면 각 은행 지분율을 15% 이하로 낮춰야 한다. 현재 4개 은행 (신한-국민-하나-기업)지분이 각 17.5%, 나머지 2개 은행(우리-농협) 지분이 각 15%다. 이들을 모두 15% 이하 주주로 만들려면 각 2.5% 정도씩, 총 10~15% 정도 지분만 매각하면 된다. 유암코 지분매각은 이런 배경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원래 2014년 청산기한이 도래하기 전부터 매각이 논의됐지만, 마침 2013년 우리금융 민영화의 여파로 유암코의 경쟁매물이자 업계 2위인 우리F&I(현 대신F&I) 경영권 매각이 진행되면서 매각논의가 미뤄졌다.

      이 와중에 이왕 유암코를 매각할거면 단순히 지분 일부만 팔지 말고, 아예 완전한 경영권 매각을 단행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른바 유암코를 은행들 소유로 남겨두지 말자는 대안이고, 이를 위해선 매각 지분율도 과반 이상인 50%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금융위원회 등이 이를 선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그 배경으로 '유암코가 보유한 자산의 부실가능성'과 그것이 현실화 되었을 경우 주주인 은행으로 미칠 영향을 언급한다.

      과거 무디스가 내놓은 지적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2013년 11월25일 '우리F&I 매각ㆍ연합자산관리(유암코) 지분 매각계획은 한국 은행권의 신용도에 긍정적'이란 리포트를 냈다. 은행들이 유암코 지분을 팔면 각 은행의 신용도에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란 내용인데 논리는 간단했다.

      일단 유암코는 부실채권의 매각기관(은행)과 매입기관(은행이 주주인 유암코)가 서로 엮여있다. 그러니 아무리 투명하게 거래를 한다고 해도 태생적인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는 것. 부실채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유암코가 각 투자목적회사(SPC)별로 담은 부실채권이 향후 회수율을 감안할때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내놓은 뭉텅이 부실채권을 유암코가 1위 입찰자로 인수할 때마다 1위와 2위의 입찰가격차이가 큰 것을 예로 들기도 한다.

      무디스는 그간 유암코가 높은 수익을 낸 것을 인정하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채권 가치가 상당히 낮았던 2009년에 유암코가 설립되었다"며 "(그때와 달리)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현재의 시장구조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무디스는 "이런 잠재적 자산건전성 리스크가 각 주주은행의 재무제표에 반영되어 있지 않았고 자칫 유암코에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들이 추가출자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암코는 6개 주주은행이 캐피탈 콜 형태로 '출자한도 1조원-차입한도 5000억원'으로 설립됐다. 현재로서는 유암코와 각 주주은행이 연결기준으로 재무제표가 인식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행여 유암코 부실이 생겨나면 추가로 줄자를 해야 하는 규정이 있고, 이 리스크를 은행이 떠안게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은행들의 유암코 출자금이 늘어나는데 그치지 않고, 은행-유암코가 연결기준으로 묶이면서 유암코의 부실이 은행부실로 함께 잡히게 된다. 해외 신평사들은 이를 리스크로 판별하기 시작했던 셈이다.

      감독당국 입장도 마찬가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리스크가 발발하면 골치 아파진다. 그렇다고 유암코가 SPC별로 사들인 부실채권, 특히 땅이나 공장 등 부동산 담보들이 대부분인 채권이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실제 회수율이 얼마인지는 각 자산을 모두 실사해보지 않고서야 뭐라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럴 바에는 아예 은행-유암코간 고리를 이번 기회에 끊어버리고 향후 감독을 미리 강화하는게 유리하다.

      리스크 관리를 우려하는 은행 입장도 마찬가지. 향후 발생할 리스크를 걱정하는 은행이라면 역시 이에 동의할 만하다. 하나-신한처럼 이른바 '리스크 관리'에는 도가 텄다는 시중은행들이 선뜻 유암코 경영권 매각 또는 보유지분 전량매각에 반대하지 않는 것을 이런 맥락에서 보는 이들도 있다. "지난 5년간 (유암코에서)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떼어낼때도 됐다"라고 평가도 겹친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지금처럼 배당이 나올 때 경영권을 팔아야 유암코에 대한 제값을 받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결론 어찌날지는 오리무중…은행ㆍ당국ㆍ기타 역학관계

      다만 기업은행은 조금 입장이 다르다. 수익성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정책적 목적이 강한 국책은행 성격이 강하다. 나머지 5개 은행과 적용되는 법(중소기업은행법)도 다르고 심지어 금융위원회 소관부서도 다른 형편이다.

      시중은행의 관리 및 이번 유암코 매각 등은 금융위원회내 금융서비스국-은행과가 소관부서지만, 기업은행 관련 사안은 금융정책국-산업금융과 소관이다. 게다가 다른 은행들에 비해 부실채권 처리에 대해 유암코에 의존한 비중도 좀 더 높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이번에 유암코를 은행들 손에서 떼내는 것보다 조금 더 가져가는 것이 이익에 부합된다.

      기업은행이 다른 은행과 달리 보여온 입장차이의 이유를 여기서 찾는 이들도 있다.

      은행들은 올 들어서도 몇차례 걸쳐 유암코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도 합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낼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전망이 없다. '변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6개 주주은행의 목소리가 통일되어야 한다. 은행의 '속성'을 감안하고, 유암코가 은행 연합으로 설립된 배경을 생각하면 굳이 억지로 반대의견을 내는 은행을 강제로 묵살시킬 방안이 없다. 그렇다고 실제 주주도 아닌 감독당국이 나서서 얼마만큼 팔라고 강제화하기도 어렵다.

      따져보면 그동안 유암코 매각 관련 논의가 거론될때마다 모든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한 바는 "의사결정을 주도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어느 은행이 굳이 나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고 나설 만한 동기가 없었다.

      유암코의 여러 임원자리가 매각에 영향을 준다는 다소 비꼬인 시각도 없지 않다. 현재 유암코는 한신평 출신으로 한때 '이헌재 사단' 으로 분류되기도 한 이성규 대표가 국민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등을 거친 후 5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그 아래 감사-부사장2인-사외이사 3인은 대부분 주주은행 관계자들이 차지한 상황이다. 주주은행들은 "몇몇 자리 때문에 유암코 매각이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박할 상황이다. 그러나 '관치(官治)'와 '내 사람 갈 자리 마련하기'로 점철됐던 한국 금융회사들의 전례로 인해 이런 시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