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맞수 롯데-신세계, 10년 전쟁
입력 2015.03.27 07:00|수정 2015.07.22 14:28
    [Invest Chosun]
    금호산업 매각 과정 통해 재조명…롯데 참여 안하자 발뺀 신세계
    롯데가 인천터미널 인수하자…신세계는 자리 지키기에 치중
    서로의 터전까지 '뺏고 뺏기기'
    • [03월12일 10:2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금호산업 매각을 계기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오랜 맞수 구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 경쟁관계는 흔하지만, 롯데와 신세계처럼 서로의 터전까지 뺏으려 드는 치열한 관계는 보기 드물다는 평가다. '악연'이라 불릴 정도다.

      지난 2004년 부산 센텀시티 위락단지 입찰이 롯데와 신세계의 악연이 표면화된 첫 사례로 꼽힌다. 당시 지역의 맹주였던 롯데는 가장 강력한 후보로 언급됐지만, 낙찰자는 신세계였다. 신세계가 불참할 것으로 보고 한 차례 거래를 유찰시켜 가격을 낮추려 한 롯데는 마감 5분 전 전격적으로 입찰한 신세계에게 근거지의 신흥 상권을 넘겨줬다.

      두 그룹은 2005년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사업 입찰에서 다시 맞붙었다. 11월 진행된 입찰에 롯데와 신세계가 나란히 응찰했지만, 신세계의 입찰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한 차례 유찰됐다. 신세계가 호텔과 관련, 한국공항공사에 일부 조건을 요구한 게 원인이었다.

      롯데와 신세계는 '고의 유찰'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듬해 2월에 이뤄진 재입찰에선 롯데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전 입찰에서 미운털이 박힌 신세계가 자연스레 탈락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2007년엔 파주 명품 아울렛 부지를 두고 격전이 벌어졌다. 롯데가 먼저 파주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실무 협의에 착수했지만, 그해 11월 파주시와 투자협약을 맺은 건 신세계였다. 신세계는 미국 1위 아웃렛업체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과 손잡고 경기도 및 파주시와 접촉해 판을 뒤집었다.

      롯데는 2010년 한국패션물류협회가 이천에 조성한 명품 아웃렛 운영권을 따냈다. 시장에서는 부근의 여주에 신세계가 조성한 프리미엄 아울렛 단지를 견제하려는 목적일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2011년엔 대한통운 매각을 두고 롯데와 신세계가 긴장감을 연출했다. 롯데그룹이 당시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대한통운 매각에 참여한 것이다. 신세계 광주점(광주신세계)은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건물을 임차해 입주해있다. 광주신세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개인 회사로, 그룹 후계구도의 핵심으로 꼽히는 별도 회사다.

      금호그룹이 금호터미널 지분을 따로 떼어 아시아나항공에 넘기기로 하자 롯데는 대한통운 입찰에서 발을 뺐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가 금호그룹에 치열한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듬해인 2012년 9월, 신세계는 롯데로부터 일격을 당했다. 신세계 인천점이 입점해있는 터미널의 건물 및 부지를 인천시가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신세계는 20년 가까이 상권의 성장과 함께 해온 인천점의 방을 오는 2017년엔 빼야하는 신세가 됐다.

      이후 신세계는 수성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해 10월엔 신세계강남점이 입주한 센트럴시티 지분(60.02%)을 1조원에 사들였고, 이듬해인 2013년 4월엔 금호터미널과의 광주점 임대계약을 2033년까지 로 연장하고 5000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납부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도 48%를 확보하고 동부익스프레스가 보유한 지분 11.11%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가 롯데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건 그간 시장에서 공공연히 언급됐다. 이번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신세계가 "롯데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인수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함에 따라 이는 정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