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넘어 금융회사까지…중국 자본이 몰려온다
입력 2015.03.30 07:00|수정 2015.03.30 07:00
    [Invest Chosun]
    M&A 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아
    국내기업보다 자본력·실행력 앞서기도
    먹튀·회계 부실 등 부정적인 시선 있지만
    선입견 걷어내고 현명하게 잘 이용해야
    • [03월24일 10:4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중국 기업의 참여는 일상이 됐다. 패션기업을 시작으로 모바일과 게임을 넘어 금융회사까지 중국 자본이 노리고 있다.

      현재 중국의 안방보험그룹이 동양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고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은 제이콘텐트리와 경합하며 메가박스 인수를 노리고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에는 중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고, 팬택과 동부하이텍에도 중국 자본이 인수를 검토했거나 현재 인수 추진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M&A 시장에서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주요 플레이어(Player)로 자리 잡았다"며 "국내 기업이나 사모펀드보다 자본력이나 실행력이 앞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먹튀' 중국 자본?…"이제는 인정할 단계"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 시도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 기업들은 가파른 성장을 통해 축적한 자본을 들고 전세계를 돌며 기업과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과거 일본이 보여줬던 모습을 이제는 중국이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중국 기업들이 노리는 곳 가운데 하나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다"며 "기술·매니지먼트·브랜드관리 등 무형적인 부문에 대한 수요가 있는 데다 중국 시장 성숙에 따른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산업은 이제 막 중국 자본의 진출이 시작된 단계다. 안방보험그룹의 동양생명 인수는 그 신호탄이자 첫 결실이 될 전망이다. 안방보험그룹이 동양생명보험 대주주 자격을 얻는 데 요건상의 결격사유는 현재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보험그룹은 동양생명 인수 이후 이를 발판으로 국내 금융회사 인수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우리은행 본입찰에도 참여한 바 있다.

      중국의 푸싱그룹도 국내 금융회사 지분 또는 경영권 인수를 노리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 전에서 푸싱그룹은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의 강력한 경쟁상대였고, LIG손해보험 인수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자국 통화의 국제화와 다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은행·보험 등 해외진출이 추세가 됐다"며 "해외진출의 기본은 주변국 진출인데 화교·조선족 등 중국계 인구가 있고 중국 회사도 진입해 있는 우리나라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윈-윈하는 모바일 게임 분야…현명한 이용 필요

      사실 중국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후 기술만 빼가 부실로 이어졌다는 '먹튀' 논란부터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 부실 문제 등 중국 기업과 자본이 국내 시장에 남긴 인상은 부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

      국내 기업의 중국 기업 인수에 중국 당국이 상당히 부정적이며, 금융회사 경영권 인수가 막혀 있어 호혜주의 측면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안방보험그룹의 동양생명 인수 역시 이같은 논란 선상에 있다. 중국 기업의 낮은 지배구조 투명성, 정치세력 변화에 따른 기업 변동성 확대 등으로 중국에 피인수된 국내 기업이 불확실성에 노출된다는 점도 우려 사안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선입견을 갖고 중국 자본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본은 우호적이고 중국 자본은 비우호적이라는 선입견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둘 다 글로벌 자본이기 때문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양생명이 대주주 변경 이후 그룹 문화와 사업 전략을 중국식으로 바꿨을 때 과연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을 지 여부는 오로지 사업적인 영역"이라며 "민족적인 이유를 들어 '된다 안된다' 논란이 일면 우리나라의 국제화 수준에 대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의 투자가 상당부분 진행된 모바일·게임 부문에선 윈-윈(win-win)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한 텐센트는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했다.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파티게임즈·네시삼십삼분 등 게임 개발사는 텐센트의 '위챗'을 통해 포화된 국내시장을 넘어 중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이나 시장 흐름을 쫓지 못해 쇠퇴한 기업의 경우 중국 자본 유치가 고용 유지를 위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높은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기업 가운데는 국내 기업을 인수해 생산 기지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박용린 연구위원은 "국부유출 논란과 같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비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을 현명하게 잘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