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면세점 위험 요소는?
입력 2015.03.30 07:01|수정 2015.03.30 07:01
    [Invest Chosun]
    [불 붙은 면세점 전쟁 ②]
    국내에선 정부 규제에 외형 성장 한계
    중국 정부, 자국민 해외 소비 줄이기 위해 안간힘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상존
    • [03월06일 15: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성장률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정부규제와 낮은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나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선두 업체는 인수·합병(M&A)을 통한 해외 확장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걸림돌이 많다. 업계 안팎에선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경쟁이 심하다.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의 양강 구도 속에 다른 대기업도 면세점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면세점을 운영하기 위해선 자본금 10억원 이상을 요건으로, 관세청의 특허를 득한 사업자만이 운영할 수 있다. 올해 초 기준 국내에는 16개의 시내면세점, 19개의 출국장 면세점, 5개의 지정면세점이 운영 중이다. 

      면세점 수가 정해져 있어 이를 놓고 기업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지난달 마무리 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대표적인 예다. 새롭게 선정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임차료는 현재보다 70%가량 상승했다. 기존 6000억원 규모의 임차료가 1조원으로 증가했다.

      초기 진출하는 기업들엔 비용 부담이 더 크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면세점 입찰에 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김해공항에 면세점을 오픈한 신세계면세점은 높은 임차료로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업체들 사이에서 신세계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김해공항 입찰에서 무리하게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기업은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면세점의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와 거래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이 중요하다. 이들은 낮은 인지도와 협상력으로 인해 면세점 사업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3기 입찰에서도 중소·중견기업에 배정된 4개 구역이 모두 유찰됐다.

      대기업이라고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면세점 규모는 커졌지만, 규제에 묶여 더 이상 확장이 어렵다. 정부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특허비중을 60%로 제한했다.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 등 이에 해당하는 기업이 가진 특허권이 2013년 8월 말 기준으로도 56%를 차지해 더는 외형 확장이 어렵다.
       

    • 면세점 시장 성장률도 점점 떨어졌다. 2008년에는 34.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그 이후 내리막이다. 2013년에는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대형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롯데면세점은 2012년 자카르타 공항 면세점을 시작으로, 괌 등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섰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화장품 향수 분야 면세업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해외시장 진출은 녹록치 않다. 이미 각 국가마다 자국의 면세업체가 존재해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호텔신라가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 주된 이유 중 하나도 자국 업체가 없어서다. 더불어 유럽 및 미국 업체 보다 낮은 인지도도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창이공항 면세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입찰 전부터 꾸준한 노력을 했다"며 "창이공항 진출이 해외진출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이들은 글로벌 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한 해외 진출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롯데면세점은 세계6위 면세점 WDF(World Duty Free)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호텔신라는 미국 1위 기내 면세점 디패스를 인수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업체를 인수해 브랜드 파워 및 해외 거점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인수가격이 조 단위라 재무부담 증가가 걸림돌이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을 기점으로 일본인을 제치고 입국 관광객 수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관광객 수뿐만 아니라 씀씀이에서도 다른 관광객을 압도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1인당 쓰고 가는 돈은 일본인보다 1000달러가 많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 중 하나가 하이난(海南)에 세운 세계 최대 면세점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자국에 대형 면세점을 세우는 등의 방안 마련에 나섰다.

      환율변동도 위험요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엔저 현상으로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줄었다. 이후 중국 관광객이 이들의 빈자를 메웠지만,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면세점 업계에선 기업들에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현재 면세점이 잘 된다고 무턱대고 시장에 진입했다가 낭패 볼 수 있어서다. 중소·중견 기업들은 면세점 사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면세 시장이 대형업체 위주로 정리되는 과정에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협상력이 없는 업체들은 생존하기 힘든 시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