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 대우조선해양, 기업가치 하락은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15.04.03 07:00|수정 2015.07.22 13:55
    [Invest Chosun Column]
    사상 초유의 사장 유임 사태
    차기 사장, 실적개선·매각절차 등 과제 산적
    득(得) 없는 컨트롤타워 부재 장기화
    • [03월19일 15:2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대우조선해양이 사장의 '시한부 연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경영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일 정기이사회에서 차기 사장 선임 전까지 고재호 사장이 상법상 대표이사의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 대우조선해양 본사

      이날은 주주총회 전에 신임 사장 선임 안건을 올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이달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후임 사장이 결정되기 위해선 상법상 주총 2주 전까지 후임 사장 인선 안건이 상정돼야 했다. 차기 사장 선임안이 상정되지 않으며 고육책으로 고재호 사장의 시한부 연임을 결정한 것이다.

      신임 사장 임명 지연의 이유는 불투명하다. 차기 사장은 내부인사 중에서 선출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정치권의 최종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노조의 반발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수장 부재 장기화는 회사에 득(得)이 될 게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만 쌓일 뿐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3년보다 86.4%나 감소한 330억원을 나타냈다. 환차손에 따른 영업외수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에 대한 충당금 설정 등이 주원인이었다.

      지난해 연이은 수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대우조선해양은 "생산 전에 들어오는 선수금은 매출이 아닌 부채로 인식된다"며 "이로 인해 달러-원 환율상승으로 환차손 규모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망갈리아 조선소는 수 년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계륵'이었다. 회사는 1997년 루마니아 정부와 함께 망갈리아 조선소를 사들인 이후부터 노심초사 해야 했다. 지난해에만 1774억원의 손실을 보고 25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매출채권 규모에 대한 시장의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2013년 1조8537억원 규모였던 매출채권은 지난해 3000억원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1조5450억원의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미수채권인 미청구공사 금액은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들어오는 자금이 적으니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마련한 차입금을 갚는 속도도 더딘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2014년 실적이 대규모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도 무성했지만, 이는 소문으로만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손실을 면했다는 안도감보단 올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걱정이 더 크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내놓은 재무제표 상의 숫자대로 재무상황을 해석할 수가 없다"라며 "조선업 시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절차도 순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항간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매각절차에 들어갈 경우 회계법인의 실사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 등이 실사를 통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재호 사장과 회사는 선주들을 달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선주들 입장에선 차기 수장이 확정되지 않은 회사와 수 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진행하기가 껄끄럽다.

      금융시장도 좀처럼 대우조선해양의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의 불안감 또한 커질 대로 커졌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미적거릴수록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