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원하는 SK證, 지원 쉽지 않은 SK그룹
입력 2015.04.08 07:00|수정 2015.04.08 07:00
    [Invest Chosun]
    SK C&C-SK㈜ 합병하면 SK증권 보유할 수 없어
    현행 법 체계에선 SK證 증자와 옥상옥(屋上屋) 개편 중 택일해야
    • [04월02일 18:0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SK증권이 자본확충을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문제는 SK그룹의 지배구조이다.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와 맞물려 현재 법 체제 아래서는 SK증권 지원과 그룹 지배구조 개편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까닭이다.

      SK증권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발행할 주식의 총수(수권주식수)를 10억주에서 20억주로 늘렸다. 현재 발행 주식 수(3억2400만여주)가 수권주식수에 못 미치지만, 추후 대규모 자본확충 가능성을 위해 정관상 한도부터 열어둔 것이다.

      SK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부적으로 자본확충 필요성을 본격 검토해왔다. 2013년 취임한 김신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관 변경은 구체적인 첫 행동이다. 김 대표는 주총에서 "올해를 자본확충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증권의 자기자본은 3926억원이다. 국내에 라이선스를 가진 57개 증권사 중 26위다. 국내 증권사만 따지면 IBK투자증권·아이엠투자증권 등과 함께 하위권에 속한다. 증권사는 업종 특성상 자본 규모에 따라 운신의 폭이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생존이 쉽지 않은 자본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 문제는 그룹의 지원 의지다. SK증권의 최대주주는 SK C&C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으며, 그룹 지주회사인 SK㈜의 경영권을 보유한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이다.

      SK C&C와 SK㈜는 지난 수 년간 꾸준히 합병설이 제기돼왔다. 옥상옥 구조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많은데다 현실적인 위험성도 있다. 계열사 지분가치 변화로 SK C&C가 지주회사로 지정당하면, 현재 SK㈜의 손자회사들이 모두 증손자회사로 바뀐다. 지분을 100% 소유하거나 전량 팔아야 하는 지배구조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만약 SK C&C와 SK㈜가 합병한다면 SK증권은 다시 지주회사 체제 아래 속하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SK증권을 매물로 내놔야 하는 것이다.

      SK그룹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4년여간 똑같은 이슈로 고민해왔다. 2012년 내놓은 해답이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인 SK C&C로의 매각이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외부에 매각해야 할지도 모르는 회사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지원하긴 어렵다. 그래서 SK증권 자본확충과 SK C&C-SK㈜ 합병은 양립이 쉽지 않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된다면 SK증권의 자본확충과 SK C&C-SK㈜ 합병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며 "최 회장이 수감돼있고 공정거래법 개정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SK그룹이 운신할 폭은 넓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