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신용도' 6월 도입…공기업은 제외 예정
입력 2015.04.14 07:00|수정 2015.04.14 07:00
    [Invest Chosun]
    2012년 '독자신용등급' 첫 논의 후 4년 만에 도입
    공기업은 제외 예정…정부 지원 가능성 큰 점 고려
    발행사 조달여건 악화 우려되지만…투자자 정보공유에 초점 맞춰
    • [04월12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모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신용도인 '독자신용등급' 제도가 오는 6월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적용대상에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큰 공기업은 제외될 예정이다. 기존에 쓰이던 '독자신용등급'이란 용어는 '자체신용도'로 변경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6월부터 일반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할 때 신용평가사로부터 최종신용등급과 함께 자체신용도를 부여받도록 할 방침이다.

      자체신용도 도입 주장은 지난 2011년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이 그룹의 지원 거부로 부도가 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금융당국은 당시 자체신용도 도입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며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논의는 2013년 하반기 동양사태, 2014년 상반기 KT ENS 사태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급물살을 탔다. 금융당국은 올해 도입을 목표로 시장의 의견을 모아왔다.

      자체신용도 도입은 투자자·발행사·감독기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국내 신용평가사와 채권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 관계자들의 입장도 반영됐다.

      논의 기간이 길어진 데에는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모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포함된 최종신용등급만을 받아오던 발행사(기업)들은 '자체신용도'도 별도로 평가받아야 하는 점이 달갑지 않다. 특히 모회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끌어올려 채권을 발행해오던 기업들은 더 내키지 않는다. 자체신용도와 최종등급 간의 격차가 커질수록 조달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 동의하면서도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그룹 후광효과로 회사채를 발행해오던 기업들이 차체신용도 때문에 채권시장에 나오지 못하거나 발행규모를 줄일 경우 증권사들의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기관투자가들 입장에서도 자체신용도를 내부 투자기준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고민이다.

      제도 도입을 논의해온 관계자들은 시장에서 오랫동안 논의가 되어온 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투자자와의 정보공유를 우선순위로 삼아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다만 적용 범위는 일반기업들로 한정될 예정이다. 공기업은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커 자체신용도와 최종등급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점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지주사·은행·여신전문회사를 적용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제도 초기 단계에는 신평사 간 등급 차이, 이른바 '스플리트'가 나타날 전망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마다 산정기준이 다르므로 도입 초기에 나타날 스플리트 현상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또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평가사 간의 등급이 유사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체신용도가 최종신용등급과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경우에도 제도 도입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