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사들 거래 움직임 빨라져
유상증자·코코본드로 자금 조달
수 백억원 IPO에 수 조원 투자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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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22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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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확충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비우량회사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거나 자사주를 매각하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주체와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는 이같은 자본확충 거래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 백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에수조원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고, 저리의 자본성 채권 발행에는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투자 의사를밝히고 있다.
◇ 금융회사 규제 강화‐ 자본확충 잇따라
최근 1년새 자본확충을 위해 가장 바삐 움직인 곳은 은행·보험 등 금융회사들이다. BNK금융지주·NH농협캐피탈·롯데손해보험 등의 회사가 총 6조원 이상 자본을 확충했거나 확충할 계획이다.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나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으로 자본확충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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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금융회사들이 진행한 유상증자 규모는 2조원, 15건에 이른다. 금융지주가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 자회사에 증자해주는 사례를 제외해도 1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이뤄졌다. 코코본드는 3조7000억원가량이 발행됐다. 지난해 11월 기업은행이 8000억원을 발행했고 최근 신한은행도 3000억원을 발행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제주은행 등이 코코본드 발행 근거를 정관에 추가했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미래에셋생명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구주 매출을 최소화하고 신주를 발행해 자본을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의 자본확충은 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른 조치다. 은행 및 금융지주의 경우 2013년 도입된 바젤Ⅲ가 2019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내년엔 자본보전완충비율 등 추가 규제가 도입된다. 보험업계도 국제회계기준 개정안(IFRS4 2단계) 도입이 2018년으로 다가옴에 따라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개정안이 도입되면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며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과 롯데손해보험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보험사들도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투자은행(IB)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자회사 상장 추진
이전 같으면 유상증자를 택했겠지만 이제는 자회사를 상장시켜 모회사의 재무구조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최근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 100%에 대한 장부가는 3500억원, 현 시점의 시장가치는 3조 원으로 평가된다. 상장 과정에서 지분 일부를 매각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자본확충 효과도 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2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7년 만의 적자였다.
휠라코리아도 자회사 아큐시네트의 상장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가량 줄며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국내 내수 경기 침체에 유통채널이 다변화되며 비용 지출이 컸다. 반면 아큐시네트는 1억800만달러(11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내년 미국 증시에 입성하면 휠라코리아는 보유지분 재평가를 통해 재무적 여력을 확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가능성도 꾸준히 언급된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가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와중에도 1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11년 처음 상장을 추진할 때 언급되던 8조원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현재 시점에서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3조~4조원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분 30%가량을 매각하면 1조원 안팎을 확보할 수 있다.
IPO만 하면 투자자 확보는 별 어려움이 없다. 올해 들어 진행된 IPO 공모엔 NS쇼핑 5조원을 비롯해 대부분 1조원 이상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지난 15일 기준 증권사 고객예탁금 총계는 21조1290억원으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말 대비 4개월 만에 5조원 가까이 늘었다.
◇1년 전과 다른 비우량기업 자본확충
비우량기업들의 자본확충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불과 1년 전이었다면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청약 창구를 열면 투자자는 금방 모인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크지만 기대수익률 역시 높은 지분증권 투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000억원의 손실을 내며 자본잠식 위기를 겪은 대성산업은 올초 118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시가 대비 할인율 25%에 힘입어 구주주 청약 단계에서 100% 청약이 완료됐다. 최근 3년간 3차례 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3600억원의 자본을 늘린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주총에서 수권주식수를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늘리며추가 자본확충 여력을 만들었다. 더불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가능 규모도 각각 6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주력 사업인 TV용 백라이트유닛(BLU) 업황 악화로 적자가 누적 중인 한솔테크닉스도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470억 여원을 조달했다. 최근 3년새 세 번째 증자다. 신사업 무산으로 실적과 주가가 내리막이지만 할인율 20%와 범(凡)삼성가로서 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에 주주배정 후 일반청약에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이같은 흐름은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회사들의 규제 충족을 위한 자본확충은 이제 시작이고, 기업들 역시 증시 호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자본확충을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있다. 기업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쳐주고 있는 홍콩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시장에 대한 거품 우려도 함께 일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하향하고 있고, 경기 회복은 요원한 상황에서 저금리에 힘입어 금융시장만 활황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