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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19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김성현 KB투자증권 전무는“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채권 중심에서 비우량 기업 채권까지, 신용등급으로 보면 A0 이하로도 투자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에 유동성은 넘치는 데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잇따라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에는 저리(低利) 대규모 자금을 공모로 조달해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면서 회사 신인도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
그러나 이처럼 좋은 여건을 마다하고 기업들이 사모 회사채 발행을 택하는 빈도와 규모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발행된 선순위 사모사채는 총 2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건수로는 1.5배 정도 증가했다.
지배구조 노출을 피하기 위해 사모사채 발행을 고집하는 곳이 있다. 호텔롯데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3년 공모 발행에 나섰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주 구성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은 후부터는 사모 채권만 발행하고 있다. 올해도 2월과 4월에 각각 1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 담당자는“주주 구성에 대한 공개 부담 때문에 호텔롯데는 앞으로도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투자자들이 나서서 사모사채 발행을 요구한 경우도 있다. 3월 초, 한일시멘트는 400억원의 공모채 발행을 발표했다. 투자 경쟁률은 10대 1로 역대 회사채 발행 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주관 증권사에 추가 채권 발행을 요청했다. 한일시멘트는 공모 채권 발행 후 사모사채 300억 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호텔롯데나 한일시멘트는 특수한 이유일 뿐이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업황 부진 우려가 있는 태양광·건설 기업들은 사모채권 발행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다. 공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할 경우 오히려 평판 위험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공모 발행
시장이 분위기가 좋아질수록 오히려 이 같은 시장 여건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며“사모사채 발행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입력 2015.04.24 07:03|수정 2015.04.24 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