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수금융 주선 시장 '완전경쟁' 체재로 지각변동
입력 2015.04.24 07:05|수정 2015.04.24 07:05
    [Invest Chosun]
    ADT캡스 리파이낸싱 거래 '변곡점'
    증권사·사모부채펀드 등 경쟁자 증가 영향
    • [04월10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주선 시장이 시나리오가 짜인 경쟁이 사라지고 '격전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ADT캡스 리파이낸싱 거래를 기점으로 완전경쟁 체제의 서막이 열렸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칼라일(Carlyle)은 1조2000억원 규모의 ADT캡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주선사 선정에 나섰다. 주관 경쟁은 크게 '2파전'으로 전개됐다. 지난해 ADT캡스 인수 당시 칼라일의 인수자금 마련을 도운 외환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투자증권이 다시 뭉쳤고 신한은행이 합류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수금융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우리은행은 하나대투증권과 손을 잡았다.

      경쟁 초반에는 "컨소시엄은 나뉘었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 동안 인수금융시장은 '앞으로 경쟁하고 뒤로 손잡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주관사 선정에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관사 자격을 얻지 못해도 신디케이션(Syndication)에 참여해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자금 조달 규모가 클수록 더욱 그랬다.

    • 그런데 경쟁은 전과 달리 흘렀다. 외환은행 컨소시엄과 우리은행 컨소시엄은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금융회사는 신디케이션에 참여 할 수 없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주관사 자격을 얻기 위한 경쟁은 금리 경쟁으로도 이어졌다. 리파이낸싱 금리 수준은 3% 후반으로 떨어졌다. 경쟁이 격화되자 외환은행은 KB국민은행을 컨소시엄에 합류시켰고 우리은행은 한국산업은행을 끌어들였다. 이로써 양 컨소시엄은 결국 강을 건넜다.

      칼라일은 외환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경쟁은 끝났지만 금융사들 간 감정의 골은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숨은 동맹도 완전히 파괴됐다는 후문이다. 고배를 마신 우리은행 측은 여전히 이번 거래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인수금융 실무자 간의 교류가 드물어지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와 사모부채펀드(PDF) 등 시장 참여자가 많아진 것도 완전경쟁 돌입을 촉진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 KB투자증권이 인수금융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증권은 우리은행과 오릭스PE의 현대증권 인수금융을 공동 주선하고 있다. 대우증권 역시 어피니티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거래에 브릿지 론(Bridge Loan) 투자를 단행했다. KB증권은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금융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PDF도 결성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과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이 최근 5750억원의 론 펀드를 결성했다. 한국증권은 단독으로 PDF 결성에 나섰고 하나대투는 2호 펀드를 새로 조성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한화자산운용도 PDF 출시를 준비 중이고 NH투자증권 역시 조만간 PDF를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경쟁자가 많아지며 거래 발굴 부담까지 가중된 상황에서 현재 시장에 예고된 조(兆)단위 거래도 드물어 여러 금융 회사들과 함께 하기 어려운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이해 관계에 따라 합종연횡과 완전경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