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 등 대기업 계열사 주식 매도
우량기업 계열사 지분도 주가하락에 은행 손실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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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19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대기업 지분을 점차 줄이는 분위기다. 보수적인 지분투자를 하는 은행들은 삼성·현대자동차·SK 등 4대 그룹 계열사 주식에 소수 투자하며 평가차익을 노렸지만, 최근에는 매도세로 돌아섰다.우량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주가가 전반적인 하향세에 접어들었고, 이것이 은행들의 손상차손으로 이어져 부담이 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대기업 계열사 지분 매도에 가장 적극적이다. 0.2~1%대 수준으로 보유한 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정밀화학 등 삼성 계열사와 SK C&C, SK네트웍스, 현대건설, GS, LG상사 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지분 전량을 작년에 모두 처분했다. 2013년에는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한진, 현대제철 등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즉각 대응하는 스타일”이라며 “이번 지분 매각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과감하게 손실지분을 완전히 처분을 한 반면, 신한은행은 기존 지분율 수준에서 소폭 줄였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삼성 SDI 지분율을 0.03%에서 0.02%, 삼성물산 1.92%에서 1.19%, 삼성생명 0.02%에서 0.01%, 삼성전자 0.02%에서 0.01% 수준으로 줄였다.
현대중공업 주식도 가치가 하락하며 수천억원대의 감액손실이 일어나자 지난해 잔여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지난 2013년에는 삼성테크윈, 삼성증권, 삼성중공업, 삼성전기 등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삼성, 현대차 계열사 주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채무계열사에 해당하는 '전략적 협력관계'라는 이유로 포스코의 지분을, 구조조정 지원 차원에서 쌍용건설 등 출자전환 지분 정도를 들고 있는 수준이다.
기업들의 주가하락은 최근 몇 년 사이 실적 하향세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 부진으로 대기업들의 당기순이익이 4년 만에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여겼던 4대 그룹 계열사의 기업 가치도 예전만 못하다. 앞서 현대상선, 현대제철, 포스코 등 대기업들의 기업가치 하락에 손실을 경험한 은행들이 미리 대비에 나섰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유 기업 지분을 매각한 은행들은 지분증권에 적용하는 높은 위험가중치를 줄이고, 국제결제은행(BIS)비율 등 자본 적정성을 관리할 여력이 생긴다"며 "지분 매각대금은 은행들이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