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HK저축 매각 나선 MBK, 희비 엇갈린 국내 포트폴리오
입력 2015.04.29 11:53|수정 2015.04.29 11:53
    [Invest Chosun]
    [PEF 투자 포트폴리오 분석①]
    씨앤앰 수익성 주춤하며 매각 불투명…HK저축銀 ‘우량 매물’ 평가
    코웨이 ‘활짝’…네파·ING생명·영화엔지니어링 업황 개선이 관건
    • [04월20일 1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내 자본시장에 사모펀드(PEF)가 도입된 지 11년이 지났다. 그간 국내 PEF 운용사들은 꾸준히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높이는 바이아웃(Buy-out) 투자를 진행해왔다. 바이아웃 투자는 운용사의 경영 노하우와 투자 역량이 기업의 실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운용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진검승부의 장인 셈이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이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들의 2014년 실적을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대표적인 애물단지였던 씨앤앰과 HK저축은행 매각에 나서며 국내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를 재개했다. 씨앤앰 매각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HK저축은행은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코웨이는 대표적인 국내 투자 성공 사례로 꼽혔다. 반면 네파, ING생명 등은 업황을 넘어 기업가치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MBK는 지난 2008년 다른 재무적투자자와 함께 2조원 이상에 씨앤앰을 인수했고, 추가로 4000억원가량을 들여 GS그룹으로부터 GS강남방송과 GS울산방송도 사들였다. 핵심 사업영역인 서울 강남 지역 내 입지를 다지고 홈쇼핑 사업자 등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GS울산방송은 울산 내 다른 유선방송사업자에 매각했다.

      실적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눈에 띄는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은 케이블TV 업계가 정점에 올랐던 시기로 이후 성장세는 주춤하다. 정부 규제와 경쟁 심화로 이용자들에 대한 가격 전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씨앤앰은 최근 방송 콘텐츠를 공급하는 자회사 CU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사 IHQ를 합병했다. 플랫폼 사업에 한류콘텐츠를 결합해 매각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IHQ 인수를 통해 외국 법인의 방송사업자 경영권 인수를 제한하는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의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궁극적으론 MBK가 원하는 가격을 써낼 곳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매각 금액으로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국내 주요 인수후보군도 가격이 크게 낮아지면 모를까 현재로선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HK저축은행 매각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예비입찰에 저축은행 업계 1위 SIB저축은행이 참여하며 투자회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는 동안 업계 2위로 뛰어올랐고,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며 지난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MBK가 한 때 투자한 한미캐피탈의 이명섭 최고경영자(CEO)가 HK저축은행의 CEO를 맡고 있다. 캐피탈사와 대부업체 규제에 따른 반사 이익도 기대된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HK저축은행은 사업구조가 안정적이고 수익성도 좋아 매력적인 회사”라면서도 “MBK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맞춰줄 곳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코웨이는 MBK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 속에 MBK는 지난해까지 1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2013년 주당 5만원에 인수했는데, 최근 주가는 10만원에 육박한다. 지난해는 주식 담보가치 상승을 근거로 9000억원을 빌려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고, 3300억원을 펀드 투자자(LP)에 배당하기도 했다.

      코웨이는 국내 최초로 렌탈 방식의 마케팅을 도입해 우수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 코웨이의 방문판매조직을 활용해 사업 확장을 고려했지만 김동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결과적으로 주력인 환경가전 사업에만 집중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네파는 매출이 제자리를 걷고 수익성이 떨어졌다. 업계 전반의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어 과감한 투자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과 프랑스에 매장을 열었고, 매년 글로벌 시장 확대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신규 투자 부담도 적지 않다. 이달 초 2020년까지 네파 브랜드로 국내 8000억원, 글로벌 3000억원, 이젠벅과 네파키즈 2000억원 등 1조3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연구개발(R&D) 400억원, 매장 리뉴얼 700억원, 마케팅 1800억원 등 총 29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ING생명은 인수 초기 ‘100일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을 거쳤다. 이제 갓 인수 1년이 넘었지만 지난해 수익성은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도 1~2년간은 체질 개선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1005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가기도 했다.

      거금을 주고 어렵사리 인수했지만 향후 투자회수 시점에서도 경쟁력 있는 매물이 될지는 미지수다. 저금리에 따른 운용 수익률 저하, 규제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 증가 등 생명보험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거액의 자금을 유치한 동양생명 매각과 같이 운이 좋은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화엔지니어링 역시 플랜트 업계 침체로 오랜 기간 MBK의 속을 썩이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MBK 인수 초기 함께 했던 오너가 물러나고 전문 CEO 체제가 되면서 회사의 영업력이 약화됐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은 위안거리다. 회사 측은 플랜트 산업의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회사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