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전환 풍산, 채권발행 철회…5월 발행 예정기업 초긴장
입력 2015.05.06 07:00|수정 2015.05.06 07:00
    [Invest Chosun]
    4월30일 1000억원 채권발행 철회
    연결기준 순이익 적자전환…신고서엔 '누락'
    금감원, GS건설 사례 재발 방지차 의견 피력
    • [05월04일 16:5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회사채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 정정한 풍산이 결국 채권발행을 자진 철회했다.

      채권 발행 준비단계에서 회사의 1분기 순이익이 적자전환한 사실이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건이 5월 채권발행을 추진 중인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풍산은 지난달 30일 3년 만기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풍산은 "수요예측 이후 청약일 전날까지 투자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풍산은 지난달 중순 회사채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그 이후 두 번의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회사 측의 정보 기재 불충분에 대한 고의성을 떠나 신고서에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혼재함을 알렸다.

      풍산은 1차 정정신고서를 통해 자체평가한 재무구조 평가점수를 삭제했다. "주채권은행의 재무구조개선 평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반투자자들이 자칫 자체점수를 최종점수로 오인할 수 있다"라는 금감원의 의견을 수용했다.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자체 분석능력에 따라 풍산의 자체평가점수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다.

      풍산은 나흘 후 2차 정정신고서를 통해 누락됐던 1분기 잠정실적을 포함했다. 투자자들은 줄곧 흑자로만 여겼던 풍산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올 1분기 들어 50억원 적자로 돌아선 것을 인지하지 못할 뻔 했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적자의 규모를 떠나서 지난 2013년 38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고 나서야 대규모 적자를 발표한 GS건설에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를 계기로 금감원이 적자를 시현하는 기업들에 예민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발행 일정이 늦춰지면서 분기실적에 크게 동요하지 않던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자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발표되자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시행 전에 적자를 알리지 않은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풍산은 수요예측을 재실시하거나 채권발행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평판이 훼손될 수 있음을 고려해 발행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전환의 원인이 외부요인인 원자재(구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 손실인만큼 투자자들에게 이를 설명한 후에 합리적인 금리로 채권발행에 나서는 편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은기 NH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풍산의 연결기준 실적은 미국 자회사인 PMX 실적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재고평가와 연동돼 있다"라며 "주력인 방산부문 사업으로 현금흐름의 움직임은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5월에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는 기업들은 한층 긴장하게 됐다. 풍산이 실적 발표시점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발행을 추진하다가 일정이 꼬였기 때문이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 애널리스트는 "5월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이 악화한 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실적 발표 이후로 연기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