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2차전지 등 한발 늦은 투자결정…재무부담에 한 몫
투자 대부분 마무리…새 CEO 경영전략에 중장기 사업방향 담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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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10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설비투자들을 마무리 짓고 있다. 당분간 큰 투자계획이 없어 재무적 부담을 덜게 됐다. 최근 정유·석유화학 업황이 개선세라는 것도 희망적이다.시장에선 이제 정철길 신임 사장의 행보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회사의 자구계획안을 비롯해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재무적 부담이 커진 배경엔 대규모 투자가 있다. 최근 3~4년간 전방위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는데 정유·석화업황 악화로 차입부담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말 유가하락 여파까지 겹치며 순차입금 대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비율이 11%를 넘긴 상태다. 회사는 현재 2조원가량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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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타이밍 자체가 한 발 늦었던 것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부터 파라자일렌(PX) 생산설비 증설에 약 2조원을 투입했으나, 완공시점인 지난해초부터 시황악화로 제품 마진이 떨어진 상태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중대형 2차전지 사업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 인수한 SK인천석유화학 또한 지금까지 수익성 면에서 기여도가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한동안 호황기 때 투자결정을 하고, 정작 설비 완공시점엔 업황이 안 좋아지는 ‘엇박자’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선 그동안 진행해온 투자들이 마무리되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현재 진행 중인 서산 2차전지 생산설비 증설 외엔 별다른 계획이 없는 상태다. 중국 충칭(重慶)에서 진행해 온 부탄디올 합작투자는 해당제품의 시황악화로 잠정 중단됐다.
당분간 대규모 자금이 유출될만한 투자가 없는 가운데, 업황도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이 개선세를 보인 가운데, 회사의 영업이익은 1분기만에 흑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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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정철길 사장(사진)이 현 시점에서 어떤 중장기 사업전략을 들고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의 자구계획안을 신용등급 평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는 상태다. 회사의 재무상황상 대규모 신사업투자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3조원 이상의 투자를 추진하는 에쓰오일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회사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국내 1위 정유사 자리를 지키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진한 사업들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지, 기존 사업들을 강화할 지 신사업에 더 초점을 맞출지 등 정 사장의 경영전략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SK㈜ 구조조정추진본부 출신으로 SK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이 내정됐을 때부터 향후 SK이노베이션의 구조조정 및 사업전략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현재 정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는 사업 및 수익구조 개혁방안을 모색 중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맡았던 재무업무를 SK이노베이션이 총괄하기 시작하는 등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시황이 결정적인 정유·화학업 특성상 단기간에 ‘CEO 효과’가 나오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최소한 5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호황기와 불황기를 모두 겪어야, CEO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정 사장의 행보가 회사의 중장기 사업방향을 이끈다는 점에서, 그의 사업전략이 시장 기대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3~5년 후 업황을 예상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는 것”이라며 “부실 사업 정리 및 미래 성장동력 육성이 정 사장 몫이기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