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판 '차이니즈월'도 등장…신뢰 쌓일 시스템 만들어가야
입력 2015.05.18 10:14|수정 2015.05.18 10:14
    [Invest Chosun]
    [신뢰 위기 스팩②]
    홍역 겪은 KB證, 차이니스월 등 대안 마련
    주주 확약서 제출 연기 등 제도 개편 필요성 언급
    • [05월12일 17:3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을 줄이려면 내부에 통제장치를 갖추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스팩을 상장해 포트폴리오를 갖추거나 실무진을 타 부서와 격리하는 스팩판 차이니즈월(Chinese-wall)이 대표적인 대응 사례로 꼽힌다.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벤처캐피탈(VC)에 비밀유지 책임을 지우고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없도록 하는 제도 개편안도 언급되고 있다.

      ◇ 대형 증권사들 "정신 교육 외 대책 없다"…KB證 시도 주목

      스팩 상장과 합병 대상 물색에 상당수 인력을 할애하고 있는 NH투자증권·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에도 사전 정보 유출 방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 이같은 상황에서 KB투자증권의 움직임은 눈에 띈다. 정보 유출 논란을 막기 위한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기존 IB본부 내 다른팀들과 떨어진 업무 공간에서 스팩 업무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2009년 자본시장법 전면 시행과 함께 투자은행(IB)업무와 자기자본투자(PI)업무 사이에 도입됐던 차이니즈월과 비슷한 구조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다른 직원들과 접촉을 최소화해 사전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이 다양한 금액의 스팩을 여러개 상장해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는 이유도 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 스팩 포트폴리오는 합병 대상 회사에는 자금 조달 필요금액 또는 상장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권을 주는 동시에 특정 스팩에 대한 투기성 주식 매입을 방지하는 장치가 된다.

      A라는 기업이 스팩을 통해 상장하기 위해 KB투자증권 접촉했다고 하더라도 여러 종류의 스팩이 상장돼 있으면 투기성 주식 매입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를 유지할 수 있다. 액션스퀘어의 경우 KB6호와 합병한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실제로는 4호와 합병을 결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다른 증권사들도 KB투자증권을 벤치마킹해 스팩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또 내부 규정을 점검해 ▲업무 매뉴얼인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뷰)을 통한 프로세스 관리 및 정보통제시스템 구축 ▲스팩 설립 단계에서 스팩 대표 및 주요 관계자에 대한 신원조회 및 정보보호 서약서 의무화 ▲대표이사에 대한 합병 보고는 결의 전날 시행 ▲가급적 금요일 장 마감 후 합병 결의 등의 업무 준칙을 새로 만들었다.

      KB투자증권의 이런 움직임을 제도화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 이런 노력이 증권업계에 퍼져나간다면 스팩 실무진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 이해관계자 사전 정보 유출 막는 제도 개편도 필요

      스팩 합병 과정에서 거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주주들이 정보를 먼저 알게 되는 현행 제도의 개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팩의 합병 결의 직후 진행되는 상장 예심 청구에 기존 주주들의 우선주 미전환 확약서와 보호예수 확약서(2년 미만 주주)를 추후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이 우선 언급된다. 이렇게 할 경우 합병과 직접 관계가 없는 벤처캐피탈(VC) 계열 재무적 투자자들이 정보를 미리 입수해 활용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스팩과 합병 대상 기업 사이에만 맺게 돼있는 '비밀 유지 서약서'에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이 모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거래 정보를 공시에 앞서 알 수 있는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정보 보호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스팩의 투기를 막기 위해 합병 절차를 개편할 수도 있다.

      현재 스팩의 합병가액은 최근 한 달 주가의 가중산술평균 주가를 바탕으로 산정한다. 주가가 치솟을 경우 최대 30%범위 내에서 할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합병 절차에서의 가격 산정 방식과 같다. 이런 산정방식은 수익 사업이 없고 자산 가치가 고정된 스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스팩 합병시 합병가액을 순자산가치 혹은 공모가로 고정할 수 있게 제도를 개편하면 혹여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과도한 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거란 지적이다.

      한 스팩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일부 스팩의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촘촘히 검사망을 가동할 필요성이 있다"며 "규제를 새로 만들자는 게 아니라 좀 더 공정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