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저금리 업고 '조단위 거래' 등 과감한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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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07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인수·합병(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일본업체들이다. 최근 주요 대형거래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엔화 약세와 저금리 덕에 일본업체들의 자금동원력은 한층 강력해졌다.CJ대한통운이나 현대글로비스 등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업체들로서는 부담이다. 향후 M&A 추진과정에서 일본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일본 긴테츠월드익스프레스(KWE)가 싱가포르 물류업체인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CJ대한통운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회사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12억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가량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 우정국은 호주 물류업체인 톨홀딩스를 51억달러(한화 약 5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최근 업계에서 손꼽히는 빅딜(Big Deal)이었던 두 건 모두 일본업체가 주인공이었다.
일본업체들의 공격적인 M&A가 계속 이어지는 흐름이다. 대표적인 종합물류사인 일본통운은 최근 10년간 11건의 M&A를 진행했다. 이 중 5곳이 해외업체다. 회사는 해외사업 확대와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통한 물류비 절감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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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일본 우정국에 택배사업을 매각한 이후, 이와 같은 경영전략은 더욱 두드러진다. 회사는 내수산업인 택배사업 대신 B2B물류와 해외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20% 수준인 해외사업 매출비중을 내년에는 40%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국․유럽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자국 경제성장이 둔화되자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모습이다. 직접 현지에 진출하는 방식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M&A로 눈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은 자력으로 해외진출을 많이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면서 M&A를 통해 해외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엔저현상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인수자금 동원에서도 유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매출 2조5000억원 수준의 KWE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APL 인수에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배경이다. 아베 정부가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안방사수가 아니라, 쌓아 놓은 현금을 들고 해외로 나가라는 것이 현재 일본정부의 기본정책”이라며 “이런 정부의 기조가 최근 일본 물류업체들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물류업체들에겐 달갑지 않다. 같은 매물을 두고 자금력을 갖춘 일본업체들과 경쟁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대우로지스틱스만 해도 몇몇 일본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형사인 CJ대한통운조차 글로벌 M&A시장에서 선전하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향후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일본업체들은 직접 현지에 진출하는 것보다 M&A가 비용이 덜 들 정도로 자금조달이 용이하다”며 “국내업체들은 이런 일본업체들과 앞으로 M&A 시장에서 계속 맞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