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Ⅲ 규제 강화…기업에 더 높아지는 은행 문턱
입력 2015.05.22 07:11|수정 2015.05.22 07:11
    [Invest Chosun]
    자본비율규제 도입 진행 중
    리스크 관리 부담 커진 은행
    기업 대출 보수적으로 변화
    • [05월14일 10: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들기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바젤Ⅲ 규제가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기업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중소기업과 업황이 부진한 대기업에 은행 문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바젤위원회는 자본비율규제를 2013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2019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규제자본 비율은 2013년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해 최종적으로 보통주자본비율 4.5%, 기본자본(Tier 1)비율은 6.0%, 총자기자본비율은 8.0%로 규제한다. 

      유동성규제도 올해부터 시작된다. 은행들은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단기유동성 기준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중장기유동성 기준인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을 금융당국이 제시한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규제 강화가 은행들의 대출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본규제의 경우 위험성이 높은 대출을 늘릴수록 그에 따른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그만큼 우량여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동성 규제도 기업대출에 영향을 준다. 유동성 관리를 위해선 개인 및 가계 대출을 늘릴수록 유리하다.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건당 규모가 커 은행에 유동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일선 영업점에 기업대출보단 가계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 기업여신에서 대기업 선호 현상은 더욱 강해졌다. 2011년 전체 기업대출 중에서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26%까지 그 비중이 확대했다.

      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성향은 신용대출 비중 추이에서도 나타났다. 2011년 전체 대출의 42%를 차지했던 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37%로 줄었다. 한 은행 리스크 담당자는 "통상 기업여신은 중견기업 이상은 신용대출, 중소기업은 담보대출 위주다"며 "최근 부실 기업이 증가하면서 가계뿐 아니라 기업대출에도 담보대출 선호가 예전보다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은행 문턱이 높아진 사이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국내 경기 침체로 자금 사정이 예전만 못한 데다, 은행을 통한 차입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업황이 안 좋은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도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은행들은 조선, 건설, 철강 등의 산업에 기업여신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이들 대출은 업황이 부진하면서 부실자산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근 은행들은 이들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 대기업이라도 대출해 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 은행 리스크관리 팀장은 "과거 조선, 해운, 건설 등에 대규모 기업대출을 늘렸던 것이 충당금 부담으로 돌아오면서, 업황이 안 좋은 기업 대출에 대해선 보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업황이 안 좋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 주식연계증권(ELB)이나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증자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해운업체인 현대상선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증자가 늘었다.

      ELB발행도 꾸준히 늘고 있다. 1월 1003억원 규모였던 ELB발행은 매달 늘어나 지난달에는 3575억원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들이 ELB 시장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앓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IT·자동차 등 산업 트랜드 변화가 점점 빨라져 투자가 제때 이뤄져야 하는데, 필요한 자금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장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차입이 점점 힘들어진 데다, 자본시장에서도 지분을 활용한 방법 외에는 딱히 자금조달 방법이 없어서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정책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에서 바젤Ⅲ 규제 강화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바젤Ⅲ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더욱 보수적으로 기업 대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 신생기업 등은 자금확보에 더욱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