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마진 늘리자"…은행, 대기업 해외 채권 지급보증 확대
입력 2015.05.22 07:12|수정 2015.05.22 07:12
    [Invest Chosun]
    기업지원 수단 다변화 차원
    수은, 작년부터 지급보증
    안정적 수익 창출 가능 장점
    • [05월15일 09:3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대기업이 해외에서 조달하는 자금에 대한 국내 은행권의 지급보증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기업지원 수단을 다각화해 비이자마진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예대마진 한계에 봉착한 시중은행들의 지급보증 사례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7% 상승했다. 유가증권 관련 이익의 증가 및 법인세 환급 등 일시적 요인 덕분이었다. 때문에 은행들의 안정적인 수익원 발굴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몇몇 은행들이 비이자마진을 늘릴 수 있는 대기업 지급보증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입은행(이하 수은)·국민은행은 각각 대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했거나 제공할 예정이다. 두 은행은 해외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들의 신용도를 보강해 조달비용을 낮춰주고 그 대가로 비이자수익(지급보증 수수료)을 받았다.

    • 수은은 대한항공이 다음 달 발행예정인 3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설 예정이다. 지난달 두산중공업이 발행한 5억달러어치의 해외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사례다. 수은은 기업지원 수단 다변화 차원에서 이번 해에 많게는 3곳의 기업에 이러한 지급보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수은은 지난해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의 유로본드에 대한 지급보증을 시작으로 일반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이어오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과거부터 해외대출·지급보증이 엮인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채무보증을 제공해왔다"라며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 다양화에 맞춰 개별 건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채권발행에 대해서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수은의 특성상 수익성과 관계없이 지급보증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성격의 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영위하는 보증사업과 유사한 규모 또는 그 이상으로 보증사업을 키우기 위해 드라이브를 건 모습"이라고 전했다.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은행의 움직임이 주목을 끌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신세계가 해외에서 발행한 3억달로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지급보증을 섰다. 주관 증권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국민은행이 그간 끌어올린 해외신인도을 잘 활용해 고안한 구조라는 평을 받았다. 국내 은행들의 회사채 발행에 대한 보증사례는 있었지만 사례가 극히 드물었던 데다 규모도 작았다.

      은행권이 일반기업이 발행하는 영구채에 지급보증을 선 것은 3년여 만이다. 지난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서 5억달러를 영구채로 조달할 당시 산업·우리·하나은행이 신용공여를 한 바 있다.

      시중은행을 통한 (영구채) 지급보증 수요는 아직까지 크진 않다. 몇몇 기업들의 국내외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 또는 의지는 있지만 투자수요가 충분치 않다. 때문에 은행권의 지급보증 사례 증가에 따른 비이자마진 수익 확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지급보증 수수료가 비이자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관련 영업력을 강화하긴 쉽지 않다"라며 "KB국민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맺어진 유일한 두 기업(신세계·KT) 중 한 곳에 대한 이번 보증은 첫 사례인 만큼 내부적으로도 참신한 시각으로 지켜봤다"라고 말했다.

      지급보증은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대출이자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구용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여신의 일부인 지급보증은 은행이 조달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출한도를 소진하는 동시에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시중은행들의 지급보증 확대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의 해외 신인도가 향상됐다는 점도 은행권의 지급보증 영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엔 국내기업이 해외자금을 조달할 때 잘 알려지지 않은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가면 수출입은행으로 교체를 원하기도 했다"라며 "시중은행들의 해외 인지도 상승은 최근의 지급보증 사례들이 늘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