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했던 MBK, 이젠 은행 눈치만 '슬슬'
입력 2015.05.27 07:00|수정 2015.05.27 07:00
    [Invest Chosun]
    [Weekly Invest]
    네파·ING생명 등 리파이낸싱 거론됐지만 '감감무소식'
    '인수금융 2조원' 씨앤앰 투자 원인…"금융기관 관계 유지에 안간힘"
    • [05월17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유독 국내 은행 앞에선 작아지는 모습이다. 인수금융만 2조원에 달하는 씨앤앰의 불투명한 투자회수 전망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작년부터 국내 인수금융 시장에는 MBK의 네파와 ING생명 인수금융 차환(리파이낸싱) 거래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했다. 올해는 두 회사에 대한 투자 2년째에 접어드는 시점이라 리파이낸싱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기준 금리도 1%대로 떨어졌고 인수금융 주선 경쟁이 심화해 제반 여건도 좋았다.

      일부 금융사들은 거래 주선을 위해 물밑 작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실제 네파의 경우 인수 주체인 인수목적회사(SPC)와 네파를 합병하는 계획이 거론되며 거래가 구체화되는 듯했다.

      MBK는 두 회사를 인수하며 각각 4500억원, 72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렸다. 두 건의 리파이낸싱을 주선하면 총 1조원에 달하는 실적을 단숨에 챙기게 된다. 차입 후 배당까지 시행하면 거래 규모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MBK발(發) 거래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베어링PEA·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칼라일 등이 잇따라 리파이낸싱을 완료했지만 MBK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씨앤앰이다. 투자 후 수년이 지났지만 투자회수는 아직 갈 길은 멀다. 자산 규모만 81억달러에 달하는 MBK가 글로벌 운용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씨앤앰'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엔 역부족이었다.

    • 씨앤앰 인수 차입금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는 증폭된 상태다. 이자비용까지 고려하면 차입 부담이 2조원에 달하는 데다 케이블TV 업황 침체로 투자회수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인수금융 기한이익 상실로 PEF의 인수금융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MBK가 씨앤앰 매각을 미루고 또 다시 은행들에 차환을 요청해야 하는 탓에 은행과의 관계 유지가 절실하다.

      MBK 은행권의 신뢰를 잃고 은행들이 등을 돌리면 앞으로 대형 거래를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칫 보고펀드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실트론 사태' 이후 대형 은행들은 보고펀드에 대한 대출 승인을 꺼리고 있다. 이는 보고펀드가 수천억원의 바이아웃(Buyout)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씨앤앰 매각이 결론이 안 나 은행들의 눈치를 보며 관계 유지에 신경쓸 수밖에 없고 네파도 아웃도어 업체 경쟁 악화로 투자회수가 미지수"라면서 "ING생명은 금리를 4%중반까지도 금리를 내려도 되지만 MBK로서도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씨앤앰이나 네파가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보고펀드처럼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금융사들이 씨앤앰 매각을 지켜보고 있는데 MBK가 무리해서 금리를 낮추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