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한진해운·현대상선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입력 2015.05.27 07:10|수정 2015.07.22 10:51
    [Invest Chosun]
    현대상선·한진해운 1분기 영업익 흑자전환
    "영업이익 거둘 때 장기전략 짜야"
    "전략 소용없어…선박금융 잔액 줄여야"
    • [05월24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적자의 늪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잠시, 생존의 갈림길에 선 선사들의 향후 전략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들 해운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거둬들인 영업이익을 고효율 선박을 확보하는데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차입금 상환에 집중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다.

    • 한진해운·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 각각 1550억원, 4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4년 12월말에 이어 영업이익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일시적인 요인인 유가 하락과 고강도 구조조정·자구노력이 맞물린 결과다. 미주노선 비중이 큰 한진해운이 높은 운임 협상력으로 미 서부항만 적체현상을 해소하며 현대상선과의 실적 격차를 벌렸다.

      오랜 부진이 이어진만큼 흑자전환을 계기로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을 활용한 향후 전략 수립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교차하고 있다.

      한 쪽에선 고효율 선박을 확보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안한다.

      초대형(고효율) 선박을 통한 장기경쟁력 확보는 국내 선사들의 해묵은 숙제다. 머스크, MSC, CMA-CGM 등과 같은 글로벌 선사와 국내 선사들 간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해운 시황이 개선되더라도 그 수혜를 입지 못할 수 있다.

      김민지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초대형 선박 수의 절반을 확보한 머스크, MSC의 전략을 똑같이 구사할 수는 없어도 그들의 전략에서 시사하는 바를 찾아야 한다"며 "머스크 같은 선사들이 더 큰 배를 사들여 운임을 계속 떨어뜨릴 경우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 기업 담당 은행권 담당자는 "한진해운·현대상선이 속한 얼라이언스(동맹) 내에서조차 초대형 선박을 보유하지 못한 선사는 배척되는 분위기"라며 "재무적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다 해도 초대형 선박 없이는 가격 경쟁력에서 계속 밀릴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하락의 효과가 희석되고 있는 점도 이들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한진해운·현대상선이 주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운항비의 40%가 유류비다. 때문에 화주들은 유가 하락분만큼 컨테이너선 운임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져온 공급(선복량)과잉으로 선사들은 화주들의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장기경쟁력 강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한진해운·현대상선은 올해도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대부분을 차환지원 제도를 통해 갚아나가고 있다. 이마저도 이자비용이 최대 13%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장기전략 수립은 무의미할 뿐 차입금 상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장기전략은 업황이 어느 정도 호전돼야만 펼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러한 시점이 아니다"라며 "관건은 선박금융(차입금) 잔액을 얼마만큼 줄여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은 동원 가능한 수단을 모두 활용해 재무구조 개선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해 대서양 NTA노선, 미동안 AWS노선 등 수익성 낮은 노선 10개를 철수하고 저효율 선박 10척(4000~5300 TEU급)을 매각·폐선했다"라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으니) 터미널 유동화를 통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