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 유통공룡 무덤 된 한국
입력 2015.06.08 07:00|수정 2015.06.08 07:00
    [Invest Chosun]
    佛 까르푸·美 월마트 이어 英 테스코도 철수 선언
    경기침체에 규제강화 등 대내외 환경 악화로 투자매력 사라져
    • [06월05일 14: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영국 테스코가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선언했다. 미국 월마트, 프랑스 까르푸에 이어 테스코도 한국을 떠나면서 국내 유통시장에서 외국계를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현지화에 실패한 월마트와 까르푸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은 테스코는 삼성과 손 잡고 연착륙에 성공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결국 정부의 '규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해 한국 철수라는 수순을 밟게 됐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유통공룡'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한국은 이들의 무덤이 됐다.

      ◇ 佛 까르푸·美 월마트 한국서 고배…현지적응 실패 대표 사례

      세계 2위 프랜차이즈 대형 할인매장인 프랑스 까르푸는 1996년 중동점을 개점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10년간 전국 32개 점포를 세우며 외형을 키웠다.

      아시아에서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까르푸는 2004년 일본에서 철수했고, 2006년에는 한국까르푸를 이랜드그룹에 매각하며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한국까르푸는 홈에버로 사명이 바뀌었고 2008년 다시 홈플러스에 인수, 홈플러스테스코로 상호를 변경했다.

    • 세계 1위인 미국 월마트도 한국에서는 자존심을 구겼다.

      월마트는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 점포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인천점, 일산점, 구성점, 강남점 등 전국에 16개 매장을 운영했다. 월마트는 한국 진출 8년만인 2006년에 낮은 시장점유율과 실적 부진을 이유로 철수를 선언했다. 월마트 매장은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인수했다.

      까르푸와 월마트가 10년도 안돼 철수를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현지적응 실패다.

      까르푸는 일방적인 본사 매뉴얼 적용, 노소 불인정 등으로 한국시장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었다. 뒤늦게 한국식 맞춤경영에 나섰지만, 이미 국내 대형마트를 따라잡기에는 점유율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월마트는 서울에 강남점 한 군데 밖에 없는, 낮은 인지도가 문제였다. 질보다 가격 위주의 제품 구매행태도 약점이었다.

      외국인 임원과 한국인 평직원 사이의 조직 융화 실패, 세부사항까지 본사로부터 결재를 받아야 하는 비효율성 등도 한국 시작 적응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 英 테스코 연착륙 했지만…경기악화·규제강화가 발목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영국 테스코는 달랐다. 까르푸와 월마트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현지화를 추구했다. 국내 재계 1위 삼성과 손을 잡았고, 사장과 점장을 한국인으로 임명했다.

      이후 홈플러스테스코를 인수하며 140개의 대형마트 점포를 확보, 4년만에 업계 12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삼성과 결별한 이후에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테스코'라는 이름도 떼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고유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외국업체의 한국 시장 연착륙의 대표적인 사례다.

    • 고공행진 하던 홈플러스는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영국 테스코 본사 사정이 악화하면서 끊임없이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대부턴 국내 경기침체로 대형마트 성장세가 꺾인데다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한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외형 확장이 불가능해졌다.

      그동안 홈플러스 매각설을 부인해 온 테스코도 국내 유통시장 환경 변화와 영국 본사 사정 악화라는 국내외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국에서의 철수를 사실상 공론화했다. 까르푸, 월마트에 이어 유일한 외국계 할인유통업체 테스코가 떠날 준비를 하면서 한국 시장은 미국, 유럽계 유통공룡들의 무덤이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 특성상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현지화에 적합한 토종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본사와 끊임없는 교감을 나눠야 하는 외국계 유통업체 입장에선 신세계, 롯데 등 국내 토종업체들의 즉각적인 체질 개선과 물량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전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들도 까르푸, 월마트, 테스코 철수가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 이마트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진출이 활발하다. 앞서 이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롯데마트 역시 중국에서 고전하는 해외 진출이 성공적이진 않았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유통기업의 사업 및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과거 대비 해외 투자 여력이 줄고 있다"며 "현지 업체들과의 파트너십 강화 등 현지화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