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수주 줄고, 그룹 공사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이동
입력 2015.06.10 10:05|수정 2015.06.10 10:05
    [Invest Chosun]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논란]③
    물산이 주로 맡던 삼성전자 공사, 엔지니어링이 수주 시작
    삼성 내에서도 "이례적이다"…삼성물산 주가 하락 배경 중 하나
    • [06월05일 20:3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예전 같으면 삼성물산이 시공할 물량이었지만 제일모직 상장 시점인 지난해 말을 전후로 삼성엔지니어링이 도맡은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이 도맡아온 삼성전자의 발주 공사에도 삼성엔지니어링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연관된 계산된 움직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력공장이 위치한 베트남 하노이 공장의 건설은 삼성물산이 담당해 왔다. 지난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1차 공사를 마친 4000억원 규모 다이캐스팅(주물) 프로젝트의 2차 공사부터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맡고 있다. 계열사 공사를 진행할 때 1차 공사를 맡은 업체를 바꾸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삼성전자가 건설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내 부설연구소 또한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이 공사를 맡기 시작했다. 역시 1차 공사는 삼성물산이 담당했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15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반도체공장 건설 추진 계획을 밝혔다. 과거 삼성전자의 구미·기흥·화성사업장 등을 모두 삼성물산이 담당했었지만 이번에는 삼성엔지니어링도 참여한다. 반도체 공장은 삼성물산이 맡고 전기를 공급하는 154kv변전소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담당한다. 변전소 공사 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 삼성그룹 내 건설 부분의 역할은 그간 비교적 명확했다. 삼성전자가 발주하는 공사의 대부분은 삼성물산이 담당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 외에 삼성SDI·삼성전기 등의 발주를 맡아왔다. 제일모직은 대규모 플랜트 시설보다는 조경·소방을 비롯한 제반 환경 설비와 기숙사를 비롯한 소규모 공사를 진행했다.

      삼성물산의 그룹 물량 규모는 올해 1분기 57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45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그룹차원에서 삼성물산의 수주를 삼성엔지니어링에 몰아 주는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사업운영을 하기 시작했다"며 "주택사업을 축소하고 있어 플랜트 부문에서 실적을 올려야 하는 삼성물산의 공사 물량을 굳이 엔지니어링에 밀어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신규 수주는 최치훈 사장 취임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신규 수준은 전년대비 30%가량 감소한 13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목표치 22조원에 60%에 그쳤다. 지난해 이후 삼성물산은 신규 주택 수주를 하지 않고 있다.

      신규 수주 부진은 올해 들어 더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수주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액의 8.9%에 그쳤다. 재계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연관시켜 삼성그룹의 의도적으로 수주를 줄이고 공사 물량을 다른 계열사로 넘긴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