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상대 가처분신청…판례는 '기각'에 무게
입력 2015.06.11 14:47|수정 2015.06.11 14:47
    [Invest Chosun]
    2010년, 신한·IMM PE CJ미디어 상대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제기
    법원 "법이 정한 절차와 방법 따랐다면 합병가액 및 비율 산정 적정"
    "상장회사 주가, 자산가치와 다를 수 있다"
    • [06월10일 1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인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0년에도 이와 같은 소송이 있었지만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10일 인베스트조선이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소송과 유사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법원은 "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 등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합병 계약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난 2010년, 신한프라이빗에쿼티와 IMM프라이빗에쿼티가 CJ미디어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결의금지가처분' 신청이 이번 삼성-엘리엇 소송과 가장 유사했다.

      당시 신한PE와 IMM PE는 오미디어홀딩스, CJ미디어, CJ인터넷, 엠넷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합병과정에서 CJ미디어 투자 관련 주주간 계약 위반과 오미디어홀딩스와 CJ미디어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게 결정됐다며 소를 냈다. CJ측이 유리한 합병비율을 가져가기 위해 비상장법인인 CJ미디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평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심과 2심에서 CJ측(피고)의 손을 들어주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한PE와 IMM PE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면밀히 검토함과 동시에 절차적 적법성을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1심 결정문에서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주권상장법인은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 등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 등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그 합병가액 산정이 허위자료 또는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에 근거한 것이 아닐 경우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해 합병 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간략히 요약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합병가액과 비율을 계산했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같은 입장을 다른 합병관련 사건에서도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2심에서도 재판부는 같은 언급과 논리로 원고의 소를 기각했다.

      이같은 판례를 고려했을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에서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련법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모두 상장 법인으로 합병비율 산정을 삼정회계법인에 맡겼고 삼정회계법인은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합병가액과 비율을 산출했다.

      엘리엇이 문제삼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가 하락과 제일모직 주가 상승 부분과 관련해, 법원은 시장에서 결정된 주가는 합리적인 요인이 담겨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풍만제지와 남한제지의 합병가액과 비율 산정에 관한 2008년 대법원 판례는 시장가치에 대해 '수익성이나 성장전망 등의 여러 요소가 반영된'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주권상장법인은 합병가액을 주가에 의하므로 주당 자산가치를 상회하는 가격이 합병가액으로 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가치와 주가가 인위적으로 왜곡돼 있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현재의 자산가치보다 낮거나 높게 형성돼 있고 이 주가가 합병가액 산정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 주가는 상장 이후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는 점이 부각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고 삼성물산은 실적 부진에 수주 규모 감소 등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지난 9일 보도자료릍 통해 “이번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주주총회결의금지와 같은 ‘만족적 가처분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소명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엘리엇이 승소하기 어려운 요소이다.

      신한PE와 IMM PE의 재판부는 당시 “가처분 채무자(당시 CJ미디어)에 대해 주주총회결의 금지를 명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에 있어서 채권자(신한PE, IMM PE)입장에서는 그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반면 채무자는 본안 소송을 다투어 보기도 전에 주주총회에서 결의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통상의 보전 처분보다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고 적시했다.

      엘리엇이 인용 결정을 받아내려면,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웠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입증하긴 어려운 문제이다.

      대형 로펌의 금융전문 변호사는 "가처분 소송만 놓고 보면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낮다"며 "엘리엇도 인지하고 있지만 소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끌고, 다른 단계로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 엿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은 첫 심문기일을 이달 19일로 잡았다.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 등을 고려해 주총 소집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결론을 낼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