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매수청구가, 법원이 조정할 가능성은
입력 2015.06.11 14:47|수정 2015.06.11 14:47
    [Invest Chosun]
    두산건설-고려산업 합병서 대법원 "시장 주가 참고해야" 판결
    엘리엇 소송 제기하더라도 판례상 인정받기 어려울 듯
    • [06월10일 19:2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가가 불합리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는 엘리엇의 다음 포석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 경우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 전망이다. 대법원의 최근 판례는 '상장사의 경우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결정하는 게 주주의 합리적 기대에 합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장사와 상장사의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가가 이슈가 된 사례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03년 고려산업개발-두산건설 합병이 참고할 만한 거의 유일한 사례다. 이 사례에서 대법원은 1심·2심 판결을 뒤엎고 최근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해 산정한 주식매수청구가격이 합리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3년 10월 두산건설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상태였던 고려산업개발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당시 고려산업개발 주식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당 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고려산업개발은 이에 근거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가로 2128원을 제시했다.

      이에 반발한 소액주주들이 2004년 법원에 매수가격결정 신청을 냈다.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은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주당 순자산가치(9054원)을 고려해 주식매수청구가를 7005원으로 올리라고 판결했다. 2008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2심에서도 주주들이 승소했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가는 5823원으로 조정됐다.

      2011년 대법원은 최종심에서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시장 주가가 객관적 교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단정해 순자산가치까지 포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주가가 주당 순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기업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상장사의 주주는 통상 시장 주가를 전제로 투자행동을 취한다는 점에서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경정하는 것이 주주의 합리적 기대에 합치한다"며 "법원은 원칙적으로 시장 주가를 참조해 매수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상장사의 주식매수가격 산정과 관련해 기준을 제시하는 판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판례에 비춰보면 시장 주가를 기초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명시된 방법을 통해 산정한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가는 '합리적인 가격'인 셈이다.

      만약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8만3600원에 달하고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주가가 낮은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다만 법원은 비상장기업의 주식매수청구가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순자산가치와 수익 가치 등 시장 주가가 아닌 다른 평가 요소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지난 2007년 SK에너지가 SK인천정유(비상장사)를 흡수합병할 때 신용보증기금 등 SK인천정유의 주주들이 낸 소송에서는 1심·2심은 물론 대법원까지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SK인천정유는 주식매수청구가를 주당 6110원에서 8619원으로 올렸다.

      2007년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비상장사) 합병 과정에서도 한일합섬이 제시한  2389원의 주식매수청구가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3835원으로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