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팜한농 매각, 동부-FI 관계 '냉각'
입력 2015.06.12 07:00|수정 2015.07.22 11:54
    [Invest Chosun]
    FI측 "H&Q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전 통보 미흡…동부그룹에 불쾌"
    불만 고조, 공개 매각 가능성 고조…동부 "H&Q와 협상 후 FI에게 통보 예정"
    • [06월09일 19: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동부그룹이 지난 8일 H&Q코리아를 동부팜한농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공시에 대해 동부팜한농 재무적투자자(FI)이 '동부그룹에 불쾌하다'는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현재 FI들의 반응대로라면 FI들은 동부그룹의 매각안을 거부한 후, 공개 매각을 강행할 태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동부그룹과 FI간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은 면이 있었는데 이번 동부팜한농 우선협상대상자 공시 이후 FI들이 동부그룹에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FI들은 (주)동부가 동부팜한농 우선협상대상자 공시 전에 진행 상황에 대한 언질은 물론이고 공시 계획 조차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FI측 관계자들은 "동부그룹이 6월말까지 매각주도권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공식 발표를 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출했다.

      현재 동부팜한농은 동부그룹에서 계열분리 된 이후 동부그룹과 대주주 일가가 가진 의결권을 FI들에게 넘겼고, FI들은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사전에 매각 진행 상황과 공시 여부 등을 알려주는 게 경영권과 의결권을 쥔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게 FI들의 입장이다.

      그간 잠재해 있던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한 거래 관계자는 "이번 거래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동부그룹의 행동과 의사결정이 여러 번 있었다"며 "이번 공시 문제 역시 그 연장선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이 결정된 만큼 공시하는 게 당연했다는 입장이다. 소통 부재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매각 및 인수 조건에 대해서는 아직 H&Q와 협의를 더 거쳐야 하는 만큼, FI들에게 알려줄 시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동부그룹은 H&Q와 구체적인 매각 협의를 시작해, 이달 중순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매각 원칙은 '진성 매각'으로 정했다.

      매각 수용 여부는 FI가 쥐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류가 이어진다면 FI들은 외부 매각을 선택할 분위기다. FI들은 "소통 부재로 인해 동부와 FI간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공개 매각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생리상 동부그룹과 H&Q가 제시한 조건이 FI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면 거래는 빠른 속도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오릭스그룹이 인수 또는 투자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H&Q와 함께 인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H&Q와 오릭스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FI측 관계자는 "현재 어떤 구조로 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지 알지 못한다"며 "이달 말 이전에 매각 승인 요구가 올 예정이기 때문에 일단 결과를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FI들은 공개 매각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KDB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현재, FI측은 매각주관사를 통해 잠재 원매자들을 탐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