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내분, 新舊세력 갈등 탓?…지지기반 없는 권오준 회장 한계 직면
입력 2015.06.15 07:00|수정 2015.06.15 07:00
    [Invest Chosun]
    조청명 부사장 vs 이영훈 부사장 파워게임 결과로 해석
    대우인터 매각-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미얀마 가스전서 매번 격돌
    구세력의 기득권 재확보…연구원 출신 회장 벌써 레임덕 거론
    • [06월12일 16:2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포스코의 내홍이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해임 번복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병일 사장의 해임이 기정사실화했지만 권오준 회장은 "전 사장의 해임은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대립각에 서있던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은 되레 일선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다수를 차지하는 포스코의 구(舊)세력과 권오준 회장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신(新)세력간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오너 없는 회사' 포스코에서 기반을 갖춘 구 세력이 이번 기회로 신 세력을 제쳤다는 평가다.

      ◇ 권 회장 취임 때부터 신구세력간 대결 예고

      각 세력의 주축으로는 포스코 이영훈 부사장(재무투자본부장)과 조청명 부사장(가치경영실장)이 거론된다. 갈등의 기점은 권오준 회장 취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3월 취임과 동시에 권 회장은 가치경영실을 신설했다. 이곳은 당시 최우선 과제였던 포스코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연구원 출신이었던 권 회장의 최대 약점은 '자기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권 회장이 자신의 사람으로 중용한 인물이 조청명 가치경영실장, 최명주 현 포스코기술투자 대표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혁신 포스코 1.0추진반' 등에 소속, 포스코의 미래를 설계했다. 조청명 부사장은 당시 대우인터내셔널 전무였고, 최명주 대표는 컨설팅펌 GK파트너스 대표 출신이었다. '순혈주의'가 팽배한 포스코에서 급부상한 외부출신 인사들이기도 했다.

      인사과정에서부터 특정 인사에 대한 '투서'가 제출되는 등 내부반발이나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 대우인터 매각·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 과정서 충돌 이어져

      양 세력간 잡음이 본격화한 것은 대우인터 매각설이 불거지던 2014년 4월부터였다.

      본원 사업인 철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 아래 권 회장은 비핵심 사업에 대한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상사 및 자원개발을 영위하는 대우인터 매각도 거론됐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조청명 부사장 쪽은 대우인터 매각을 외쳤다. 반면 재무파트를 맡고 있는 이영훈 부사장은 매각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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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권오준 회장, 조청명 부사장, 이영훈 부사장

      이영훈 부사장은 포스코그룹 재무통으로 성장해온 인물이다. 대우인터,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추진 등 포스코의 외형 확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권 회장은 조 부사장을 앞세워 대우인터 등 비핵심 사업들을 정리하고 싶어했다"며 "이 부사장 입장에선 대우인터 재매각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갈등은 권오준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인터 매각은 없다"고 천명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갈등은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 워크아웃 과정에서 다시 표면화했다. 이때도 조청명 부사장과 이영훈 부사장의 격돌이 재현됐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말 포스코로부터 2900억원의 자금을 증자 방식으로 지원받아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 채무와 전(前) 사주인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의 이란 자금 유용 사건 발생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권의 차입금 만기연장이 거부되고 신규 자금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유동성 위기로 확산됐다.

      이에 이영훈 부사장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꼬리 자르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청명 부사장은 계열사인만큼 포스코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관련 인사들이 검찰조사까지 받는 양상이 벌어졌다. 자연히 무게 중심은 이영훈 부사장 쪽으로 넘어갔다.

      ◇ 사실상 구세력에 무게 추 기울어…권 회장 레임덕 우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대우인터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추진 내용이 담긴 내부 문서가 유출됐다. 문건 작성은 가치경영실이 주도했다.

      전병일 대우인터 사장은 공개적으로 미얀마 가스전 매각 반대에 나섰다. '항명'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권오준 회장은 전병일 사장 해임 카드를 꺼냈다. 전병일 사장과 대우인터 직원 및 일부 사내이사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권오준 회장은 한발 물러나 "전 사장의 해임은 없다"라고 번복했다.

      대신 문서 유출의 책임으로 조청명 부사장은 가치경영실장에서 보직 해임됐다. 또 갈등을 조장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책임을 물어 홍보 담당임원을 교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권오준 회장의 조직 장악은 '실패'라는 결론이 드러났다.

      권 회장의 최측근인 조청명 부사장은 포스코플랜텍 대표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일단 포스코플랜텍은 12일 이화용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 담당임원(상무)을 역임하고 포스코플랜텍 경영관리실장을 맡았던 이다. 유광재 전 사장의 임기는 아직 남아있지만 포스코플랙텍이 워크아웃에 들어감에 따라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전무의 대표역임은 한시적이다. 40일 뒤에 주주총회가 열리고 현재 회장보좌역으로 물러난 조청명 부사장이 포스코플랜텍 새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을 진두지휘함으로써 책임지라는 인사인 셈이다.

      그룹 안팎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권오준 회장의 세력 기반이 약한 만큼 기존 경영진과의 세(勢) 대결은 예고돼 있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외형 확장에 일조한 기존 세력과 구조조정 임무를 맡은 신진 세력과의 파워게임에서 기존 세력이 기득권을 갖게 된 것"이라며 "권오준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컸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권 회장의 레임덕 우려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