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려는 데 停電…마음졸인 '하림'…팬오션 관계인집회 막전막후
입력 2015.06.15 08:29|수정 2015.06.15 08:29
    [Invest Chosun]
    회생채권 83% 현금 변제…주주는 1.25대 감자
    소액주주 모임 "산업은행·관리인 등 배임 문제 제기할 것"
    팬오션 법정관리 졸업 눈앞…2013년 6월 이후 2년여만
    • [06월14일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를 확정 지었다. 변경회생계획안에 반대하던 주주들의 요구는 무산됐다.

      팬오션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일 변경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열고 표결을 진행했다.

      이날 500여명가량 수용 가능한 서울지법 3별관 제 1호 법정에는 집회 진행을 위한 팬오션 임직원·채권자·주주 등 500여명 이상의 이해관계인들이 참석했다. 법정 내 복도엔 간이의자가 놓여졌다. 법정 앞 복도에는 약 20여석의 자리가 따로 마련됐다. 복도에는 집회가 실시간 중계됐다. 지난 2013년 팬오션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집회에 수백명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한 것과 유사했다.

      오전 10시, 윤준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수석 부장판사를 비롯한 3명의 판사가 배석했다. 집회가 시작됐다. 집회를 시작하려던 찰나 법정의 전력공급 문제로 인해 약 10여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 회생채권 83% 현금 변제…주주는 1.25대 1 감자


      "경제적·심적 고통이 심했을 채권자 비롯한 여러분께 회사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유식 팬오션 관리인은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채무회사로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사과와,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한 주요 내용을 청중들에게 보고했다. 회생담보권, 회생채권, 미확정채권 주주권리 변경 등의 내용을 차례로 읽었다.

      회생담보권은 지난 2014년 전액 변제 완료됐다. 회생채권은 ▲회사채·상거래·확정구상 ▲금융기관 대여·관계사상거래 ▲조기변제상거래 ▲임대보증 등으로 구분됐다. 주된 내용은 회생채권의 현금변제율은 약 83.02%를 일시에 현금변제하고 나머지 17%는 면제하는 내용이었다. 주주의 경우 보통주 1.25주를 1주로 병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관리인이 주식병합 내용을 읽는 동안 일부 참석한 주주들에게선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김 관리인은 "주주 및 이해관계인에게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수행 가능한 변경회생계획안을 수립하고자 노력했다"며 "채무자가 이해관계인의 희생과 도움에 보답하는 길은 회사 경영 정상화를 조기에 달성해 변경회생계획에 따라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리인 보고 이후 조사위원(EY한영)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위원은 변경회생계획안에 의한 변제율이 청산가치에 의한 배당률보다 높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 243조 제 1항 제 4호의 '청산가치 보장원칙'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생계획안을 통한 채권 변재액(미확정 회생채권 포함)은 9230억원 수준으로 변제율은 약 83%다. 회사가 청산할 경우 배당액은 2696억원, 변제율은 24.27% 수준으로 조사됐다.

      ◇ 소액주주 "가결 시 산업은행·관리인 등 배임 문제 제기할 것"


      표결을 진행하기 앞서 법원은 채권자 및 주주의 의견을 물었다. 채권자에게선 별다른 의견이 나오지 않았으나 소액주주의 불만이 제기됐다. 소액주주 의견과 관리인 및 조사위원의 답변이 오갔다. 윤준 수석부장판사가 양측의 입장을 조율했고, 중간마다 요점을 정리했다.

      소액주주모임의 한 주주는 "인수가 확정되면 고통 분담도 하지 않은 하림이 얻게 되는 이익은 최소 2800억원 이상인 반면, 감자 및 채권 면제로 인한 산업은행의 손실은 411억원 이상이다"며 "감자안이 포함된 변경회생계획안이 가결될 경우, 소액주주 단체는 산업은행 및 관리인을 배임죄로 고발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 소액주주들로부터 박수가 나왔다.

      김 관리인은 채권자의 권리가 주주의 권리보다 더 보장받아야 한다는 법률 및 판례를 언급했다. 변경회생계획안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격앙된 일부 주주들은 김 관리인의 목소리가 작자 큰 소리로 답하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이후 한 소액주주 모임 주주는 "총 발행주식의 96%가 채권단의 출자전환 주식이다" "이번 변경회생계획안이 가결될 경우, 채권단은 3중의 손실, 주주는 2중의 손실을 보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관리인의 답변 이후 윤준 수석 부장판사가 중재했다. M&A가 성사되기까지 과정과 법원의 노력, 하림그룹이 예상보다 높은 금액으로 인수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윤준 수석부장판사는 "법원은 팬오션이란 회사가 헐값에 매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M&A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저입찰가격을 높여 매각을 시도했다"며 "많은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인수자(하림) 한곳이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써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이 감자안에 반대하며 김 관리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자 "관리인은 2대 1의 감자안이 최초 제시됐을 때, 사표를 제출하면서까지 감자 방안에 반대했던 인물"이라며 "관리인은 본인 이야기를 소상히 전하지 못하지만 재판장으로서 그간 경위를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팬오션 법정관리 졸업 눈앞…2013년 6월 이후 2년여만


      표결이 진행됐다. 표결은 회생채권조와 주주조로 나뉘어 진행했다. 현금변제가 완료된 회생 담보권조는 의결권이 없었다. 의결권자들이 OCR(광학식문자판독기)카드에 찬반여부를 체크하면 이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약 10분이 소요됐다.

      그 결과 회생채권자조는 87%, 주주조는 61%의 동의율을 기록했다. 회생채권자 3분의 2이상, 참석주주의 2분의 1이상의 동의인 가결요건을 충족했다.

      최종판결이 내려졌다.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가 확정됐다. 소액주주들의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액주주모임에서 배임 문제 등을 제기할 여지는 남아있다. 이번 하림그룹의 인수가 확정됨에 따라 팬오션은 이르면 내달 법정관리를 졸업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3년 6월 법정관리에 돌입한지 2년여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