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권오준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입력 2015.06.16 07:00|수정 2015.06.16 07:00
    [Invest Column]
    계열사發 문제 대처에 갈팡질팡…말바꾸기로 시장 혼란만 야기
    항명·문건유출 등 임원 통제도 안돼…총체적 리더십 부재 사례
    • [06월14일 13: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포스코는 올해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됐다. WP(World Premium)·솔루션마케팅 등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됐다.

      포스코는 이 평가에서 2010년부터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수십년간 축적된 노하우의 산물이란 평가다.

      그러나 정작 포스코의 주가와 경영지표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제품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리더 리스크'(Risk)가 원인이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 이후  재무구조 개선·포스코플랜텍 사태·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 등 굵직한 사건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최근에는 계열사 사장이 '항명'하고, 가치경영실 문서가 유출되는 등 내부 임원 통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 회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는 포스코 주가 추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권오준 회장의 취임일 포스코 주가는 28만원에서 시작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인 2014년9월12일 36만3500원을 기록, 취임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가 내세운 철강본원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계획을 통한 '군살빼기'에 대한 기대감, 동부패키지 인수 거부결정 등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그렸다. 업황부진, 중국철강재 유입 등의 외부 악재가 겹쳤다.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 결정, 계열사 비리문제 등 내홍도 한몫했다. 현재(2015년6월12일) 주가는 2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철강 업황이 부진한 점과 권오준 회장의 구조조정 계획이 예상보다 더딘 점, 포스코플랜텍·포스코건설 등 계열사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주가 하락에 작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권오준 회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이제 별로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3년말 기준 26조3001억원에서 2015년1분기 기준 28조1388억원으로 증가했다. 권 회장이 취임 초 밝힌 '비부채성 자금조달 계획'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차질이 생겼다. 포스코에너지 기업공개(IPO)가 무기한 연기됐다. 수개월 전부터 논의돼 온 포스코건설 지분 일부매각 건도 이달 초가 돼서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존 재무구조 개선방안 진행이 여의치 않자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분리 매각을 검토했다. 문제는 이게 작년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 권오준 회장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매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과 다소 배치된다는 점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포스코가 연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우인터내셔널 알짜 사업군을 파는 것은 '내집 농사를 망쳐놓고 남의집 소를 팔려고 드는 격'이다"며 격분할 정도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이번 유출을 통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입장을 불과 반년만에 바꾼 점도 시장이 기대감을 저버린 원인이 됐다.

      지난해 말 포스코는 포스코건설과 함께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29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했다. 당시 일부 이사진의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권오준 회장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포스코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결국 포스코플랜텍은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900억원 자금은 자금대로 날리고 포스코에 대한 시장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도도 덩달아 줄줄이 하락했다.

      포스코플랜텍 투자는 정준양 전(前) 회장 시절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권오준 회장이 취임을 하면서 부실 계열사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권오준 회장은 '철강본원 경쟁력, '재무구조 획기적 개선'과는 전면 배치되는 유상증자 결정을 내렸다. 이제는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그룹 경영을 떠나서 내부 임원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부 임원들 문제로 시끄러운 것은 권오준 회장 리더십의 총체적 부재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남은 임기 동안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지 모르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