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대우인터의 신뢰를 잃은 3가지 요인
입력 2015.06.19 07:00|수정 2015.06.19 07:00
    [Invest Chosun]
    매각 여부 두고 말 바꾸기 계속
    인수기업 화학적 융합 실패…임원진 장악에도 어려움
    • [06월14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포스코가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로 인한 내홍으로 연일 시달렸다.  무엇보다 포스코와 권오준 회장에 대한 대우인터의 신뢰상실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크게 3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1. "대우인터에 대한 말이 바뀐다"

      2014년 권오준 회장은 취임식에서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비핵심 자산 매각에 적극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대우인터 매각설이 나온 것도 이 때부터였다. 대우인터 매각을 두고 그룹 경영진 간의 이견이 빚어졌다는 얘기가 안팎에서 흘러 나왔다.

      권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인터는 워낙 덩치가 커 우리나라 기업 중 인수자가 마땅치 않고, 분할 매각시 기업가치가 내려갈 것"이라며 "굳이 기업 가치를 깎아가며 매각할 이유는 없다"며 매각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오히려 재투자까자 언급했다. 권 회장은 "대우인터가 갖춘 장점을 살려 당분간 기업 가치를 올리는데 주력하겠다"며 "이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춘 종합상사도 드물고 미얀마 가스전이 현금 창출을 많이 하고 있어 대우인터에 재투자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만인 2015년 6월. 포스코가 대우인터 자원개발부문을 분할,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부 문건이 유출됐다. 당초 분할 매각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 그리고 주력사업인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를 모두 뒤엎는 내용이었다.

      조회공시 답변에 대한 각 사의 태도도 달랐다. 대우인터는 매각을 부인했고, 포스코는 미확정이라고 답변했다. 권 회장은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전병일 대우인터 사장을 해임하려 했다. 당연히 대우인터는 반발했다.

      지난 9일 철의 날 기념식에서 권오준 회장은 미얀마 가스전을 당장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걸 근거로 미얀마 가스전 매각 추진의 오해는 해소됐다는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대우인터는 언제든 매각 가능한 자산'이라는 점을 천명하는 모양새가 됐다.

      2. "대우인터의 포스코화(化) 실패했다"

      대우인터는 1967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창립한 대우실업을 모태로 한다. 포스코가 인수한 회사 중 유일하게 '포스코' 사명을 붙이지 않은 회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옛 대우그룹의 정체성이 강하다. 또 제조(포스코)와 상사(대우인터) 업태 차이가 커 관련업계에선 인수 당시부터 화학적 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게다가 포스코 내부에선 애초부터 대우인터를 키우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미얀마 가스전은 이런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계기가 됐다.

      대우인터 내부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포스코에 매각되는 일련의 사태 속에서도 직원들은 가스전을 보며 버텨왔다"며 "가스전이 실질적인 이익 기여도도 상당하지만, 그만큼 직원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이를 매각하겠다는 것은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사 무역업은 제조업과 달리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한데 인력이 유출되기 시작하면 회사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가스전을 매각하면 회사를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곧 회사가 사라진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3. "그룹 조직 장악력 미흡했다"

      이번 대우인터 '해프닝'으로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이 보직해임 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의 수장이자 브레인이 징계된 셈이다. 포스코 PR실장이었던 한성희 상무는 이상춘 상무보에게 직무대행으로 자리를 물려주고, 경영인프라본부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명 모두 희생양이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은 권오준 회장 스스로다. 확실하게 조직을 장악하지 못했음을 대외에 알리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보면 원칙이 없어 내부 반발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권 회장의 그룹 내부 장악력이 떨어지다 보니 경영진 간의 파워게임 결과에 따라 했던 말을 번복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권 회장이 '포스코'라는 거대한 기업을 이끌 자질을 갖추고 있냐는 점에서 물음표가 더 커지고 있다"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