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저가로 기업·자산 등 매입할 기회
재무상태 악화된 정유사들, 내실 다지기 들어가
석화업계, 수익성 하락·불안정한 시황에 투자 지연되거나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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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15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글로벌 에너지업계가 구조재편에 들어가면서, 기업간 인수·합병(M&A) 및 자산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업체들에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좋은 기회가 열린 셈이다.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악화된 재무상태와 업황의 변동 가능성으로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들이 재도약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가급락 이후, 글로벌 에너지업계엔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비핵심자산 매각 등 비용절감 계획을 내놓고 있다. 각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견뎌내는 전략에 들어간 가운데,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대형사들은 M&A에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무너지는 중소형사들이 나오고, 이로 인해 업계내 거래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장에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동종업계 기업이나 자산을 저가에 매입할 기회가 열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자원개발(E&P)을 비롯한 업스트림(Up-Stream)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광구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를 인수해 원유를 좀 더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는 유통망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기업들의 재무상태다. 최근 몇 년째 업황둔화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차입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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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올초 정철길 사장의 취임 후 특별퇴직, SK루브리컨츠 기업공개(IPO), 페루 가스수송법인 지분 매각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진행해 온 대규모 투자들 중 상당수가 종료된 상태다. 서산 2차전지 생산설비 증설 외엔 별다른 신규투자 계획이 없다.
GS칼텍스 또한 지난해 임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데 이어, 내년까지 직영주유소 100곳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회사는 현재 신규투자보다는 기존 시설을 활용해 생산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만 5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잡은 상태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지장이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 현 등급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들이 자원개발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민간기업 상당수는 자원개발 투자를 진행할 때, 정부와 이들 공기업의 지원을 받아왔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금 자원개발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안 좋아 석유공사 등이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간기업들도 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의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철길 사장이 직접 자산매각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M&A나 합작투자 등에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GS칼텍스의 모회사인 GS에너지도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생산광구 지분 3%를 인수했다.
석화업계는 상대적으로 유가급락 충격이 덜한 편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선 오래 전부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이 이어져왔다. 유럽과 일본 등에선 기업들이 설비 대형화보다는 고부가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식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북미·중동·중국 등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가스(셰일가스)나 석탄을 기반으로 한 생산설비가 늘고 있다는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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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들도 이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해외공장 신설이나 해외업체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저렴한 원료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의 카자흐스탄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 롯데케미칼의 우즈베키스탄 가스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 한화케미칼의 이라크 에탄가스분해설비(ECC) 건설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호황기보다 떨어진 수익성과 변동성이 커진 시황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크다. 재무상태가 양호한 LG화학조차 최근 2년간은 투자규모를 줄인 상황이다. 카자흐스탄 프로젝트는 진행속도를 늦췄고, 폴리실리콘 투자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의 북미 에탄크래커(ECC) 합작투자는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다 최근 최종계약이 체결됐다. 한화케미칼은 셰일가스 투자에 대한 검토를 잠정중단한 상태다.
해외 M&A의 경우 큰 성공사례가 없다는 것이 기업들이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이유로 평가 받는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Titan)을 1조5000억원에 인수했지만, 회사의 수익성은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다. 업계내 손꼽히는 대형 M&A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보니, 다른 기업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엔 해외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상태”라며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뀐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