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틀에 갇힌 삼성·SK, IT사업 지지부진
입력 2015.06.25 07:10|수정 2015.06.25 07:10
    [Invest Chosun]
    지나친 대기업 성과주의 혁신 아이디어 가로막아
    제조·통신사업 버팀목 있어 절실함 떨어지는 것도 이유
    • [06월19일 10:4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빠른 의사결정과 벤처 DNA로 무장한 IT 스타트업(Start-up) 업체들이 뜨고 있다. 반면 일찌감치 IT 사업에 뛰어든 삼성·SK는 대기업이란 틀에 갇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IT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업 DNA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국내 IT 대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과 SK의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삼성은 그간 플랫폼이라고 일컬어지는 운영체제(OS)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던 자세마저 바꾸면서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 이런 노력에도 삼성의 플랫폼 사업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독자 OS로 선보인 '바다'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타이젠'도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페이도 성공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SK는 삼성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플랫폼, 모바일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10건 이상의 M&A를 진행했다.

      하지만 SK도 뚜렷한 성과는 못 보여줬다. 싸이월드는 실적악화 속 SK컴즈에서 분사했으며, 모바일 메신저 '틱톡'은 사실상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론 스타트업 업체와 다른 DNA가 꼽힌다. 삼성은 뿌리 깊게 박힌 제조업 마인드와 기업문화가 IT사업 부진의 한 원인이란 분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기업 문화의 뿌리는 질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빨리 만드는 것이다"라며 "이를 위해 오랜 기간 쌓아온 문화가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나친 성과주의는 IT사업에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기업문화 속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단 평가다. 최근에 삼성이 인수한 업체들도 당장 단기 성과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삼성이 플랫폼 사업을 보는 시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라며 "플랫폼 사업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하기 보단 여전히 제품 판매를 위한 보조 수단으로 접근하려는 태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SK 역시 대기업식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다.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보단 대기업식의 사업부 조정, CEO 교체라는 단편적인 변화에만 힘을 쏟고 있단 비판이다.

      더불어 두 회사 모두 절실함이 부족한 점도 성과가 부진한 이유로 제기됐다. 삼성은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SK는 통신사업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서 IT사업을 대하는 자세가 스타트업 업체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태생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보유한 삼성과 SK는 스타트업 업체에 비해 성공에 대한 절실함이 떨어진다"며 "기업문화를 비롯해 IT사업을 대하는 자세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구조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