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누구 손에…PEF들 불꽃 인수전
입력 2015.06.25 07:11|수정 2015.07.22 09:59
    [Invest Chosun]
    • [06월24일 17:2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대형 유통마트와 할인점 시장이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접어들었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액이나 영업현금창출력 등을 보면 우하향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반면 영국 테스코(Tesco)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홈플러스 매각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6곳과 우리나라의 MBK파트너스가 가세했다. 이들의 명성이나 투자 성과를 보면, 투자시장에서 파악하지 못한 대형 유통마트 또는 홈플러스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PEF들은 왜 홈플러스 인수에 나선 것일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소진을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 꼽았다. 드라이파우더는 PEF들이 투자목적으로 자금을 모았으나 실제 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투자자금을 말한다. KKR이 2013년 6월에 조성한 아시아 지역 투자 펀드가 60억달러에 이르고 칼라일과 어피니티는 지난해 각각 39억달러, 38억달러의 펀드를 조성했다. 펀딩 완료 후 대형바이아웃(Buy-out) 거래에 목말랐던 글로벌 PEF들에는 예상 거래 가격만 7조~8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가 투자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 PEF 관계자는“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은 거래 규모가 작거나 소수 지분 거래가 주류”라며 “홈플러스 인수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PEF들은 10억달러 이상의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 거래가격 7조~8조원
      드라이파우더 소진할 기회

      홈플러스 인수전에 나선 글로벌 PEF에는 한국계 혹은 한국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간의 보이지 않는 실력 경쟁도 인수전에 불을 붙인 요소로 거론된다. 지난해 TPG한국대표에 오른 골드만삭스 출신 이승준 대표는 이번 홈플러스 거래가 바이아웃 시장 데뷔 무대다. 올해 한국대표로 승진한 이상훈 어피니티파트너스 한국대표도 KT렌탈 인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칼라일 한국을 이끌고 있는 이상현 대표는 ADT캡스를 인수해 한발 앞서 있는 모양새다.

    • 투자시장의 궁금증은 이같은 PEF들의 생리적 이유보다는‘성장세가 꺾인 대형 유통마트 시장에서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어떻게 기업가치를 올릴 것인가’로 이어진다. 그들도 좀처럼 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PEF 관계자는“홈플러스 인수를 추진하는 PEF의 팀들이 현실성 있는 성장 전략과 투자회수 전략을 수립한 후 각각 PEF에 있는 투자심의위원회(IC)를 통과해야 PEF 인수 본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다”며“IC 통과 여부가 홈플러스 인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쪽에서는‘홈플러스에 대한 테스코의 허술한 관리’를 포인트로 제시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 그룹 내 유통기업 가운데 가장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다보니 철저한 경영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직원들의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고까지 발생해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PEF의 강력한 내부통제시스템으로 보완하면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의 매장과 개발 예정인 부동산 등을 활용한 레버리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현재 보유 중인 매장과 점포에 대한 세일앤리스백을 통해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차입금을 갚고 투자자 배당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통업계 관계자는“비용통제와 조직 기강을 바로 잡아 현금흐름을 더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며 그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PEF의 내부 구조조정과 재무전략이‘먹튀’이미지만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홈플러스 매장에 대해 1조원 이상의 세일앤리스백이 진행됐고, 단일 기업에 대한 투자 한도 등을 감안하면 레버리지 전략도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 하락 중인 대형마트
      돌파구가 있을 지 의문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된다면 유통산업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유통채널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급격히 바뀌고 있고 기존 대형마트들은 복합쇼핑몰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형할인마트 3사 가운데 홈플러스의 변화 적응 속도가 가장 늦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PEF 관계자는“롯데와 신세계도 모바일커머스 시장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홈플러스를 PEF가 인수했을 때 돌파구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대형 할인마트와 슈퍼마켓은 가장 규제가 심한 분야인 동시에 성장세가 꺾인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인수 후 투자회수가 가능할 지 여부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투자중간에 자본재구조화 등을 통해 조기에 투자회수가 어려운 자산인 데다, 재매각을 통한 투자 회수도 쉽지 않을 정도로 거래금액이 크기 때문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처럼 한앤컴퍼니에 한국타이어가 함께 투자하면서 한국타이어가 우선매수권을 갖는 형태가 안정적이지만 이 역시 거래 규모면에서 차이가 크다. 한라비스테온인수 거래는 3조9000억원이다. IB업계 일각에선 홈플러스가 제2의 씨앤엠(C&M)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번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인수 후보들에게 유리한 부분은 금리뿐이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현재인수전에 참여 중인 PEF관계자들은 “예비입찰 단계이며, 홈플러스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가 진행돼야인수 후 전략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인수 후 전략, 투자 회수 방안 등의 시나리오가 도출된 후 PEF들의 최종적인 판단은 ‘인수 희망 가격’으로 좁혀진다. 테스코가 생각하는 범위 안에 이 가격이 들어있을 지 여부가 거래 완결 여부를 결정짓는다. 테스코가 공개매각에 나서기 전 칼라일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는데 이때 제안 가격이 40억파운드(6조5500억원)였다. 테스코 측이 넌지시 제시한 매각 희망가격은 8조원 이상이다. 8조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란 평가다. 이번 홈플러스 거래는 최대 5조원 규모의 인수금융과 홈플러스 차입금 차환 거래를 필요로 한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기업인수금융 전문 증권사들은“대주단이홈플러스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상당한 수수료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MBK파트너스와 칼라일이 대주단 구성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에는 하나대투증권, NH투자증권,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함께한다. 칼라일은 외환은행을 주축으로 기업은행, 농협은행이 참여한다. 다른 후보들은 매각주관사인 HSBC가 제공하는 매도자금융을 활용하거나 추후 인수금융 주선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크레디트스위스, 칼라일은 UBS, KKR은 모건스탠리, MBK파트너스는 씨티증권과도이치증권이 공동자문하며 CVC는JP모간이 인수 주관사로 유력하다. 테스코는 지난 24일 예비입찰을 실시했으며 7월과 8월 예비적격후보에게 홈플러스 실사 기회를 부여하고 본입찰을 거쳐 10월에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