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익스왑, 기업 자금 조달 '뉴 트렌드'
입력 2015.06.26 07:00|수정 2015.06.26 07:00
    [Invest Chosun]
    부채비율 부담스런 기업
    안정 수익 원하는 투자자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 [06월18일 16:4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총수익스왑(TRS; Total Return Swap)기법이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 방안으로 자리 잡았다. 부채비율 상승 부담을 낮추려는 기업과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자본확충은 물론 기업 인수자금 조달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KT렌탈을 인수한 롯데그룹은 인수금액의 30%를 TRS 기법으로 확보했다. 두산건설·코오롱글로벌·한진해운 등의 자본확충 뒷면에는 TRS가 자리하고 있다.

      ◇수면 위로 올라온 TRS

      TRS 거래는 대출금이나 유가증권 등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계약 상대방이 서로 교환하는 신용파생거래다. 전통적으로 은행들 사이에서 위험을 이전할 목적으로 활용됐고 헤지펀드(Hedge Fund)들이 즐겨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진행한 TRS거래는 주식이나 주가연계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투자자는 기초자산의 가치 변화에 관계없이 일정 수익을 기업으로부터 보장받고 기초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추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투자 위험은 기업이 부도 상황에 이르는 경우다. 이 때문에 보장수익률은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결정된다.

    • 두산건설이 2013년에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전형적인 TRS 거래를 담고 있다. RCPS를 인수한 투자자와 두산건설은 TRS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건설의 신용도가 낮은 탓에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TRS 계약 이행을 약속했다. RCPS를 보통주로 전환했을 때 주가가 RCPS 발행가 이하로 떨어져 손실이 나면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이를 메워 주기로 했다. 반대로 이익은 두산중공업 몫이 된다. 이듬해 코오롱글로벌도 두산건설의 발행 구조를 참고해 RCPS를 발행했다.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은 투자자들과 RCPS 차익 정산 계약을 맺었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말 발행한 자사주 기반 영구 교환사채(EB)는 TRS 응용 사례로 꼽힌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과 EB 투자자는 한진해운 주가가 오를 경우 발생할 수익을 2대8의 비율로 나누기로 했다.

      이처럼 자본확충과 자금조달 거래의 끝에 TRS가 포함된 사례가 늘고 있다. TRS는 장외파생계약인 까닭에 수면 위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만든 ‘그들만의 리그(League)’란 평가도 있다. TRS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수익 보장은 실질적인 채무보증으로 공정거래법상 채무보증제한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TRS를 통한 자본확충을 시도했고, 동시에 지속적인 회계와 법률검토를 거치며 거래 구조가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기업인수의 자금조달 기법으로도 활용됐다. IB 업계에서는 올해 3월,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첫 사례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포스코특수강 주식을 기초로 세아베스틸의 TRS 거래를 실행했다. 투자자는 세아베스틸로부터 일정 수익률을 받되, 주식의 가치 변화에 따른 손익은 세아베스틸이 가져가는 현금흐름 스왑 계약이 체결됐다.

      롯데그룹도 KT렌탈을 인수하며 3100억원을 TRS로 해결했다. KT렌탈 인수전의 후보였던 SK네트웍스도 TRS를 통해 자금조달을 계획했다고 한다.

      ◇재무 안정성 유지·경영권 방어 등

      전략적 수단 되기도 롯데그룹과 세아베스틸은 TRS를 통해 기업을 인수하며 회계처리상의 이점을 얻었다. 두 곳 모두 부채비율 민감도가 높은 곳이다. TRS는 부채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파생계약인 TRS는 일반적으로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파생거래 손익만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된다. 차입금 과다 또는 부채비율 상승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있는 기업들이 TRS를 눈여겨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평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개는 부채가 아닌 걸로 결론이 난다"면서 "부채비율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회사들은 외부 차입보다 TRS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세금 문제도 TRS로 해소했다. KT렌탈은 사업 특성상 지분 50% 이상을 취득하면 간주취득세가 발생한다. 롯데그룹은 총 4곳과 TRS 거래를 통해 어느 한 곳에 지분이 집중되지 않게 해 절세에 성공했다.

      TRS는 경영권 방어에도 사용됐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그룹이다.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그룹은 넥스젠캐피탈과 케이프포춘 등과 TRS 계약을 맺었다. 파생상품 손실이 문제지만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켰다.

      금융시장에선 TRS 기반의 응용상품들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투자 대상을 원하는 기관 투자자의 수요도 충분하다. 한 구조화 금융 관계자는 "상당수의 기업들은TRS를 검토 중인데 기존 구조를 조금씩 바꾸면 더 새로운 구조화 금융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단순금리, 수수료 경쟁보다도 회계, 법률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짜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