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손실 보전 내세웠지만
사업 비전 등 확신 못 심어줘
블라인드 펀드 유치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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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18일 17:2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이하 밥캣홀딩스)가 상장 전 투자(Pre-IPO)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손실 위험 보완책을 추가로 제시했지만 등 돌린 투자자들은 묵묵부답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놓고 사모펀드(PEF)와 두산인프라코어간의 갈등이 프리 IPO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밥캣홀딩스 프리IPO를 주도하는 한화자산운용 등은 IPO 불발과 투자 손실을 보전해주는 조건들을 추가해 자금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밥캣의 미국·유럽법인 매각 조건이 포함됐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자산 매각도 가능한 수단 중에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밥캣홀딩스는 미국(DII)과 유럽(DHEL)의 밥캣을 거느린 중간지주회사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밥캣의 사업 비전과 상장 스토리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며 "왜 두산인프라코어와 한화자산운용이 투자 손실 보전을 앞세워 투자자 모집에 나서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밥캣홀딩스 투자를 검토한 기관 투자자 관계자는 "투자 손실이 나면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조건을 다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를 너무 강조해 부담스럽다"면서 "상장을 전제로 한 투자라면 밥캣이 어떤 계획으로 추가 성장을 하고 수익을 안겨줄 것이란 확신을 먼저 심어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밥캣의 실적이 미국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지만 DICC처럼 언제 고꾸라질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며 "이 같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밥캣홀딩스로 들어간 돈이 두산인프라코어 차입금을 갚는데 쓰이는 것도 달갑지 않다"면서 "정확히 어떤 채무를 상환할 것인지도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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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운용이 투자회수 조건에 집중한 것은 두산그룹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DICC의 투자자들과 투자금 회수 문제를 두고 갈등 상황에 있다. DICC 보통주를 매입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우선주 전환 및 IPO로 투자를 회수하려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DICC의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투자자들은 사실상 손실 위기에 몰렸다. 현재 FI들은 드래그얼롱(Drag Along)을 행사해 공개 매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두산그룹과 FI들이 대립하고 있어 매각 과정 자체가 제대로 될 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8000억원을 모아 프리IPO를 성사시켜야 하는 한화운용은 DICC 갈등에 따른 두산그룹에 대한 신뢰 문제를 극복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DICC와 달리 투자 시점부터 우선주를 발행하고 IPO 무산시 자회사를 매각하겠다는 조건들을 붙였다. 그러나 IPO 무산시 대책을 놓고 일부분에서 한화운용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자금 모집이 여의치 않자 한화운용은 국내 블라인드(Blind) 펀드와 공동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외국 투자금 유치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 결정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국내 펀드 출자자(LP)가 한정된 까닭이다.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이 이번 프리IPO 투자를 결정했다면 블라인드 펀드로 다시 참여하게 되므로 투자 중복 문제가 발생한다. 불참으로 가닥을 잡아도 블라인드 펀드에서 투자를 한다면 이 역시 운용사로선 딜레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 펀드는 출자자가 운용에 관여할 수 없지만 국내 PEF 시장 특성상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와 출자자 간 절연이 완전하지 않다"면서 "이로 인해 밥캣 공동 투자 가능성은 적다"고 전했다. 외국 투자자를 초청하려면 거래 조건을 재정비해야 한다. 외국투자자들은 수익성 극대화 에 초점을 더 두는 경향이 있다.
당초 두산그룹과 한화운용 측은 5월 중 펀드 등록을 일단락 짓기로 했다. 올 상반기 두산인프라의 재무제표에 차입금 감축 효과를 반영하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