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파고' 맞닥뜨린 조선 빅3
입력 2015.06.30 08:00|수정 2015.06.30 08:00
    [Invest Chosun]
    [구조조정 돌입한 에너지업계]④
    해양플랜트 수주 전망 어두워
    유조선 발주량 증가했지만 수익성 큰 도움 안돼
    • [06월19일 08: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구조개편 '파고'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에까지 미쳤다. 유전개발 프로젝트가 잇따라 중단되면서 올해 상반기 해양플랜트 발주는 한 건도 없었다. 저유가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유조선 발주는 증가했지만,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는 큰 기여를 못하고 있다.

      유가가 급락하며 에너지 업체들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광구탐사 중단이다. 조선사들의 시추설비 수주도 동시에 멈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마다 손익분기점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도 최근의 유가수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다수의 프로젝트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 여파는 해양플랜트 발주에 집중해 온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올 들어 전세계 선박 수주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해양플랜트 수주도 급감했다. 지난 1분기에 드릴십(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등 주요 설비가 단 한 척도 발주되지 않는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저가수주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는데도 바쁜 대형 조선사들이 저유가 파고까지 맞닥뜨린 셈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이 적도기니에서 추진한 20억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수주는 이달 운영업체의 투자 계획 변경으로 불발됐다. 조선 빅3의 주요 고객인 쉘, 엑손모빌, BP 등도 올해 대대적인 투자감축을 발표하고 비핵심자산을 매각 중이다. 금융업계에선 유가가 1% 하락할 때마다 주요 조선사의 올해 해양설비 신규 수주 예상액이 1.5%씩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그나마 시추설비(드릴십)를 후행하는 생산설비 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모잠비크, 호주 스카보로 지역에서 FLNG 등의 수주가 나올 수 있다"라며 "유가하락에도 사업구조를 만들어낸다면 생산설비 수주는 받을만하다"고 설명했다.

      유가하락에 따라 유조선 발주는 증가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 3곳이 올해 수주한 유조선 규모는 총 21억달러(약 2조347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해양플랜트, 상선 수주가 뒷받쳐주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유조선은 해양플랜트나 일반 상선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경우, 척당 수주 규모가 2억달러 정도인데, 최근 발주가 증가한 15만톤 규모의 유조선이 척당 6500만~7000만달러 수준"이라며 "선가가 이전보다 크게 감소한 데다 환율, 기자개의 가격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조선 발주 수혜를 국내 조선사들만 누리는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유조선은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선종이 아니므로 중국 조선사들도 약속한 인도일까지 문제없이 건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형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에 맞춰졌던 사업구조를 계속해서 개편하고 있다. 해양플랜트가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대중공업이 40%,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50% 수준까지 감소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이 상선의 사업비중을 높이기 위해 해양플랜트 관련 인력, 기자개, 하청업체 구조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