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푸본생명, '적자' 현대라이프에 투자한 속내는…
입력 2015.07.03 07:00|수정 2015.07.03 07:00
    [Invest Chosun]
    대만 생보사 역마진 지속으로 해외진출 모색
    현대차그룹과의 제휴로 중국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이란 해석
    • [06월30일 08: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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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에 베트남에서 골든 드래곤 어워드를 수상한 푸본생명베트남

      그동안 현대라이프의 증자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현대차가 현대라이프 증자에 두 번이나 참여한 이력이 있었던 데다 국내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푸본생명이 대만계 보험사로는 최초로 국내 회사에 투자하는 기록을 남기며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 시장의 관심은 푸본이 왜 적자가 지속되는 현대라이프와 손을 잡았느냐이다.

      ◇경영권 확보 차원? 현대라이프 "전략적 제휴 차원"

      일단 푸본생명의 이번 투자 목적이 단순 전략적 제휴냐, 아니면 경영권 확보 차원이냐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다.

      현대라이프는 푸본생명의 투자가 어디까지나 전략적 제휴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푸본생명과의 전략적 제휴는 과거 GE와 현대카드·캐피탈과 맺은 관계로 보면 된다"라며 "양사의 사업적 시너지를 위한 제휴이지 현대라이프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사전 거래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단순히 전략적 제휴라만 보기에는 지분 확보(지분율 48%) 규모가 크다. 국내 보험업계는 푸본생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 대만 보험업계는 2008년 이후 저금리 기조를 이어오면서 역마진 문제로 고심했다. 이를 타개하고자 오랫동안 해외로 눈을 돌려 왔다. 푸본생명 역시 2013년 해외자산에 약 30억달러(약3조3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런던의 부동산 3곳을 매입하는 등 해외투자에 활발하게 나서기도 했다.

      동시에 중국본토 진출에 대한 의욕도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라이프에 대한 투자도 이 연장선상이라는 평가다. 푸본생명이 단순히 현대라이프만 보고 파트너십을 체결, 투자한 것이 아니라 대주주인 현대차를 파트너로 여겼고 그 목적이 중국 진출이라는 의미다.

      ◇ 현대차 통한 中 본토 진출 기반 마련 목적 가능성

      푸본금융그룹은 중국 본토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상하이에 기반을 둔 시노은행의 지분 80%를 취득했다. 앞으로도 중국 내 확장은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보험사가 이처럼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데 있어 가장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관계 대상이 바로 자동차 회사다. 일례로 도요타 리테일 사업이 있다. 일본 보험사들은 자동차회사 도요타와 손을 잡고 유럽·중국·태국·호주 등에서 신용생명보험 등 많은 종류의 다양한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 정홍주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보험연금대학원장은 “아이오이닛세이도와손해보험은 도요타와 손잡음으로써 더 탄탄한 해외 고객 기반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해외사업 수익성을 기대하는 윈윈(win-win)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푸본생명도 현대차그룹이 가진 중국 내 영업망과 고객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도요타 리테일 같은 모델을 중국 시장에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구분이 없어 푸본생명이 중국내 현대차그룹의 네트워크와 고객층을 활용한 영업 방법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라며 "푸본생명은 현대라이프 투자를 통해 국내시장 진출 및 중국 진출의 교두보 마련이란 차원에서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푸본생명의 밑그림과는 별개로, 현대차가 이 정도 수준의 신뢰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 여부는 별개 문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