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 푸본생명 '마중물'에 응답할까
입력 2015.07.06 07:00|수정 2015.07.06 07:00
    [Invest Chosun]
    현대라이프, RBC비율 개선 및 영업 노하우 습득 기대
    보험업계 "파트너십 만으론 근본적인 체질개선 힘들어"
    • [07월02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적자가 이어지던 현대라이프가 반전의 카드를 마련했다. 대만 보험업계 2위 푸본생명과의 파트너십이다. 현대라이프는 이번 제휴로 활로(活路)를 모색하겠다는 기대감이 크다. 업계 안팎에선 파트너십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현대라이프는 푸본생명과의 파트너십으로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당장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지급여력비율(RBC)의 개선이 가능하다. 푸본생명의 2200억원 증자 참여가 마무리되면 현대라이프의 RBC비율은 현재 130% 수준에서 230%로 올라간다.

      더불어 대만 2위 보험사 푸본생명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Know-how) 습득에 나설 계획이다. 푸본생명은 2008년부터 시작된 저금리 기조 속에 상품개발 및 해외진출로 생존을 모색해왔다. 특히 연금상품에선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 이주혁 현대라이프 사장

      외국계 금융사로부터의 투자 유치는 현대라이프가 옛 녹십자생명을 인수할 때부터 검토한 사안 중 하나다. 현대카드·캐피탈이 GE와 손잡으면서 양사간의 윈-윈(win-win)을 이뤘던 사례를 현대라이프에도 적용하고자 했다.

      이번 딜(Deal)의 주역은 이주혁 현대라이프 사장이다. 이 사장은 과거 현대카드와 캐피탈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그동안 쌓아놨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이번 푸본생명 유치에도 직접 나섰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이 대표가 해외 네트워크가 넓어, 굳이 외부 자문을 구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투자자 모집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업계 내에선 이 사장의 투자유치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

      파트너십 효과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수 후 통합(PMI)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외부 파트너 유치가 조직 안정을 해칠 수 있단 지적이다.

      출범 3년차인 현대라이프는 내부인재 유출과 외부인사 수혈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 부회장의 신임이 높았던 최진환 전(前) 사장이 갑작스럽게 ADT캡스로 이직하는 홍역을 앓기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신생명에서 녹십자생명으로, 그리고 다시 현대라이프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PMI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라며 “아직도 PMI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외부투자자 유치로 내부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하나HSBC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의 사례도 언급된다. 두 회사 모두 외국계 투자자와의 합작으로 시너지를 노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관계를 정리했다.

    • 당시 합작사업에 참여했던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하나생명과 HSBC 합작사업 당시 의견 상충으로 아무런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라며 “잘못된 의사결정도 아무런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깨달음을 준 시기였다”고 말했다.

      푸본생명의 투자유치가 단시일 내에 현대라이프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타 생보사 대비 열악한 영업망과 자산운용 능력이 외부 파트너 유치로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라이프가 옛 녹십자생명 때부터 안고 있는 부실자산 문제도 골칫거리다.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는 고정이하비율에서 현대라이프는 0.66%로 업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생명보험사 평균 고정이하비율은 0.19%다. 현대라이프가 단시일 내에 턴어라운드 하기 힘들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실자산 문제가 단시일내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대라이프의 속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보다는 현대차와의 시너지를 보고 투자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 보다는 현대차를 통한 중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