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커머스 주도권을 빼앗긴 지마켓·옥션·11번가
입력 2015.07.08 07:00|수정 2015.07.08 07:00
    [Invest Chosun][모바일커머스 향후 전망, 전문가에게 듣는다]②
    이커머스 시장 40% 점유 오픈마켓, 모바일선 한발 밀려
    업계 경쟁하는 사이 '모바일 우선' 쿠팡 등이 급성장
    기술적 장벽에 고생하고 포털과 힘겨루기도
    창업주가 끊임없이 관심가진 아마존은 모바일서도 美 1위
    • [06월25일 15:4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강자인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와 11번가는 어떻게 모바일커머스 주도권을  쿠팡·티몬·위메프에게 내줬을까.

      온라인 충성 고객층을 바탕으로 모바일커머스 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아마존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의 오픈마켓 주도권 대결에 집중하는 동안 쿠팡·티몬·위메프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선점했다.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등이 뒤늦게 쿠팡과 티몬·위메프 따라잡기에 나섰지만 오픈마켓 모델과 모바일이 어울리지 않아 시행착오가 불가피했고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장 흐름 변화를 읽지 못했던 것이다.

      ◇ 이커머스 강자 오픈마켓, 모바일에선 약세…美 아마존과 다른 모습

    • 지마켓·옥션·11번가 등 인터넷에 기반한 국내 오픈마켓 기업들의 총 거래액은 18조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45조원)의 40%를 차지한다.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오픈마켓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모바일 부문만 한정하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오픈마켓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 중 모바일 비중은 25%로 쿠팡·티몬 등 모바일커머스(59%) 대비 크게 낮았다. 시장조사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이용자수 기준 스마트폰 쇼핑앱 순위에서도 오픈마켓 기업들은 모바일커머스 3사에 1~3위를 모두 내줬다. 모바일커머스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지난해 모바일 기기를 통해 168억달러(약 18조원)의 매출을 올려 현지 소매유통업체 중 1위를 차지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1994년 창업해 인터넷 시대 대표적인 이커머스로 자리잡은 아마존은 1억5000만명의 핵심 고객층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 모바일커머스 시대에서도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업계 내 경쟁·모바일 진입장벽 등으로 대응 늦어져

      이들의 모바일 대응이 늦어진 이유로는 우선 오픈마켓 시장의 경쟁이 치열했던 게 꼽힌다. 2008년 오픈마켓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11번가는 SK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2009년 73%에 달했던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의 오픈마켓 점유율은 2012년 6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11번가의 점유율은 20%대 초반에서 30%로 올라섰다.

      한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가격경쟁 구도로 모바일 투자는 우선순위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쿠팡 등 모바일커머스가 짧은 시간 동안 급성장한 것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  창업 초기부터 모바일 우선 전략을 펼친 쿠팡 등 모바일커머스 기업들은 그 사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2010년 500억원에 불과했던 모바일커머스 3사의 전체 거래액은 2012년 1조7000억원으로 커졌다.

      오픈마켓 기업들은 2013년부터 본격적인 모바일 투자에 나섰다. '쇼킹딜'·'G9' 등 모바일커머스의 특징 중 하나인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를 도입한 게 이 때다. 2009년말 80만명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2012년말 3200만명으로 늘었고, 모바일커머스 기업의 급성장을 목격하며 투자를 늦출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 고객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됐던 큰 사진·긴 설명은 모바일 시대에 불편함으로 먼저 작용했다.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준 수많은 입점업체도 모바일 시대엔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진입장벽 때문에 모바일 적응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모바일 시대에 맞춰 이미지 크기를 줄이는 '모바일 경량화' 기술과 페이지 로딩 속도 개선 등에 나섰다. 모바일커머스 기업들은 이런 기술에 창업 초기인 2010년부터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포털과의 알력다툼도 있었다. 옥션·지마켓·11번가는 지난 2013년 4월 네이버의 수수료 정책에 반발해 모바일 지식쇼핑에 상품데이터베이스(DB) 공급을 중단했다. 포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포털 의존도(유입경로 기준)가 업계 추산 40%에 달했던 시기 모바일 상품DB 철수는 사용자 수의 정체·감소로 이어졌다. 결국 11번가는 지난해 1월, 옥션·지마켓은 지난해 12월 모바일 상품DB 공급을 재개했다.

      ◇ "구영배 대표 있었다면..." 과감한 창업주 부재도 원인으로 꼽혀

      시대의 변화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 결단을 내릴 리더의 부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은 모바일 비중이 1% 수준이던 지난 2011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바일이 앞으로 우리 사업에 순풍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엔 부사장급 모바일 담당자를 선임해 '모바일 최적화를 통해 30초 내에 주문결제가 가능하게 한다' 등의 원칙을 확립했다.

      한 모바일커머스 관계자는 "구영배 전 대표가 지마켓을 지금까지 경영해왔다면 티몬이나 쿠팡, 위메프 등이 소셜커머스에서 모바일커머스로 전환하고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금룡 전 옥션 대표는 2001년, 구영배 전 지마켓 대표는 2009년 미국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했다. 11번가(커머스플래닛)는 SK플래닛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구 전 대표는 지마켓을 매각한 직후인 2010년 온라인 쇼핑몰 큐텐(Qoo10)을 설립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금룡 전 대표는 옥션 매각 후 미술품 경매회사인 오픈옥션을 창업했고, 현재 '한국의 알리바바'를 표방하며 중소기업의 해외 온라인 마케팅을 돕는 코글로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 취재팀=황은재 팀장, 이재영·이서윤·위상호·한지웅·박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