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중레버리지 비율 감안시 '저가 인수' 필수
KB손보, 주주가치·RBC비율도 고려하면 '고가 인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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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월03일 08: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B금융지주가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의 자사주 매입가격 및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주사 입장에서 보면 낮은 가격에 매입해야 유리하지만, 자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고려하면 마냥 저가인수가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어서다.KB금융은 적정매입 가격과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6월말 KB손보 지분 19.47%를 총 6450억원에 사들이며 경영권 인수작업을 완성했다. 이제는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한도 30%를 채우기 위해 잔여지분 10.53% 인수에 나섰다. KB손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가 대상이다. 시가로는 약 1800억~1900억원(주당 2만8000~9000원) 수준이다.
KB금융 입장에서는 향후 발생할 '빅 이벤트'를 대비하려면 자사주 또한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사들여 자금여력을 남겨놔야 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장부가 기준 자회사 출자액/자기자본)은 KB손보 인수로 인해 약 102%에서 105%로 상승했고, 추가 자사주까지 매입하면 107%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0%대를 넘긴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3조원대에 육박할 KDB대우증권 인수를 염두에 둔다면 자금동원력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상장사인 KB손보의 주가가 오르게 되면, 연말 시가를 감안해 신규 반영될 KB금융지주 자회사 출자액(장부가액 기준)이 늘어날 수 있다. 적정한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맞추는 수준에서 KB금융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줄어든다.
이런 점만 따져본다면 KB손보 자사주도 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고, 주가도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이 지주사 자금여력 차원에서는 유리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낮은 가격을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KB금융지주가 KB손보를 인수할 당시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6만원에 육박한다. 현재 KB손보 주가의 2~3배에 달한다. 이 가격을 감안하면 아무리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지분이라고 해도 저가 매입시 다른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자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도 무시할 수 없는 판단 요소다. 3월말 기준 KB손보의 RBC(지급여력비율)는 181.2%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200%에 못 미친다. 자본확충이 필요한 자회사를 위해 모회사인 지주사가 적정 가격 이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KB금융지주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KB손보의 자사주를 사들이데 있어 매입할 적정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정권은 KB손보 이사회에 있다. 모회사인 KB금융지주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업계의 중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반발이 다소 있을지라도 시가 수준에서 지주사가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매입 시기는 3개월 내에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편입 자회사 주가는 대략 3개월 동안 상승세를 이어간다. 가격 부담과 주주들을 감안하면 KB금융지주가 3분기 내 KB손보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부담을 느낄 것이란 설명이다.